외국인이 달라졌다. 매수세는 이어가고 있지만 기는 꺾인 모습이다. 외국인이 사면 따라 올랐던 코스피도 며칠째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22일 오전 10시45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8.60포인트(0.96%) 떨어진 1924.28을 기록하며 나흘째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7월 말부터 큰 조정 없이 단숨에 195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모습이다. 그 동안 코스피 강세를 이끌어낸 가장 큰 주역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지난 7월27일 이후 전날까지 6조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었고, 외국인의 매수세에 코스피도 따라 올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코스피는 외국인의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300억원 이상 매수우위를 기록중이지만 코스피는 1930선 아래로 떨어졌다.

가장 큰 원인은 절대적인 순매수 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7월 27일부터 코스피가 하락하기 전인 지난 16일까지 외국인은 일 평균 4300억원 어치씩 주식을 사모았다. 하지만 최근 며칠간은 매수세에 힘이 꺾인 모습이다. 이날을 포함해 최근 사흘간 외국인은 3000억원 정도밖에는 순매수하지 않았다.

류용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절대적 매수량도 과거 1조5000억원대에서 이제는 8000억원대로 줄어든 상황"이라며 "지수가 올라갈수록 더 많이 사야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 오히려 매수폭이 줄어듬으로써 지수를 떠받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수세의 대부분이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약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프로그램 순매수 규모가 외국인 순매수 규모를 넘어섰다.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외국인은 종목에서는 팔고 있다는 의미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업종과 종목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면서 개별 종목에서는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면서 "최근 화학, 운수장비, 금융 업종은 매수하고 전기전자, 운수창고 업종은 매도하는 모습인데 관련 주가 역시 외국인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매도세의 대표적인 종목이 바로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다. 외국인은 지난 17일과 20일 이틀에 거쳐 삼성전자를 12만주 이상 팔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도 각각 -3.72%, -0.93%로 크게 하락했다. 이날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순매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외국계 창구를 통해 5만주 이상의 매도 주문이 나오는 중이며, 삼성전자는 1.79% 급락하고 있다.

류 애널리스트는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힘을 받지 못하면서 주도주 부재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시장이 탄력을 받으려면 주도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외국인의 보조 역할을 해오던 기관의 변심도 문제다. 펀드에서 계속 자금이 빠져나오면서 투신권을 중심으로 기관을 통해 매물이 나오고 있다. 기관은 지난 9일부터 전날까지 7000억원 이상 순매도했는데, 투신권만 보면 순매도 규모는 1조원 이상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유럽중앙은행(ECB) 국채매입 등 정책에 대한 기대는 컸지만 아직까지 실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도 주춤한 모습이어서 단기적으로 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