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와 철강사들이 철강제품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조선사들은 “원료인 철광석의 국제 시세가 하락한 만큼 철강제품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철강사들은 “가격 결정 구조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반박한다.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제 철광석 스팟(단기 현물 거래) 가격은 작년 3분기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당 170달러를 넘어섰다가 최대 수요처인 중국 수입가격 기준으로 12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특히 지난 6월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두 달 새 10%가량 내려간 것으로 추산된다. 가격 하락은 전 세계 생산량이 증가한 데다 유럽과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선사들은 철광석 가격이 많이 내린 만큼 철강제품의 가격도 인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철강사가 조선사에 공급하는 철강제품은 구조물을 연결하는 조선용 형강 외에 대부분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협상을 통해 분기마다 가격을 정하고 있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국제 시세도 내리고 공급도 과잉인 상태에서 3분기 후판 가격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수급 논리에 따라서 당연히 가격을 내려야 하는데 철강사들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2분기에도 철강사들이 가격 인하를 거절해 1분기 가격 그대로 결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철강업체들은 가격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선사들의 어려운 사정은 이해하지만 철강업계 역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철강제품 가격은 철광석 국제 시세뿐만 아니라 수입 가격 및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며 “현재 시세는 보통 1·2분기 뒤에나 반영되기 때문에 지금 인하 요인이 생겼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서욱진/김대훈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