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의 때 아닌 '아메리카노' 커피 논쟁의 진실은…
통합진보당에 때 아닌 '아메리카노 논쟁'이 벌어졌다. 유시민 전 공동대표(사진)가 회의 도중 아메리카노를 마신 것을 두고 신·구 당권파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7일 백승우 전 사무부총장이 진보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유시민 전 대표, 부도덕한 패악질 도를 넘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린 게 발단이 됐다. 백 전 부총장은 김미희 의원의 남편으로 구 당권파에 속한다.

백 전 부총장은 이 글에서 "유시민·심상정 전 대표는 회의중에도 아메리카노 커피를 커피숍에서 포장해 사와서 먹는다" 며 "아메리카노 커피를 먹어야 회의를 할 수 있는 이 분들을 보면서 노동자·민중과 무슨 인연이 있는지 의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반미 자주를 주창하는 NL 계열의 경기 동부 중심 구당권파 인사가 신당권파 핵심인 유 전 대표를 '친미 부르주아'로 몰아붙인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유 전 대표는 20일 '유시민입니다. 커피에 대하여'라는 해명 글을 올렸다. 그는 "이름이 그래서 그렇지, 미국하고 별 관계가 없는 싱거운 물커피"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 가치 있는 것도 낳을 수 없는 '비창조적 흥분상태' 또는 '불모의 흥분상태' 에 빠지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겠다"며 백 전 부총장의 공격을 되받아쳤다.

분당이냐 재창당이냐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진보당 내의 대립 기류가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온 형국이다.

하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선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친미"라는 식의 구당권파 문제 제기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반응이 많다.

김진혁 EBS PD는 트위터를 통해 "진보는 커피도 셀프? 통진당 아메리카노 논쟁 왜 이러는 걸까요?"라고 꼬집었다. 고재열 시사IN 기자도 트위터에서 "앞으로 경기 동부를 '미숫가루 진보'라 부르도록 하자. 당신들은 커피 대신 미숫가루 마시면서 회의 해라"고 비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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