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조미디어·코덱 등 회사 매출 매년 '쑥쑥'
제니퍼소프트 사옥엔 수영장·북카페·텃밭
박세준 메조미디어 해외광고본부 대리는 “휴가 대신이 아니라 근무 시간에 해외 여행을 즐길 수 있어 좋다”며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쉬다 보니 관계가 돈독해져 돌아온 이후 협력이 더욱 잘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6% 증가, 880억원에 달했다. 올해엔 95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업체뿐만 아니다. 직원 복지를 최우선시하는 이른바 ‘유토피아 경영’을 실천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경쟁사 직원들이 한참 일할 시즌에 해외여행을 보낸다. 애완동물과 함께 출근해도 무방할 뿐더러 출근 시간도 각자 원하는 대로 정하도록 한다. 수영장 등 편의시설을 보강하는 건 기본이다.
유토피아 경영은 일본 전기설비업체 미라이공업(未來工業)의 야마다 아키오(山田昭男) 회장의 경영철학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야마다 회장은 “직원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고객을 감동시킬 수 없다”며 “오직 당근만이 필요하고 채찍은 필요없다”고 주장한다. 미라이공업은 5년마다 전 직원을 해외에 내보내고, 근무시간도 오전 8시30분~오후 4시45분으로 짧다. 잔업과 휴일근무는 허용되지 않는다.
중소·중견기업에서 ‘유토피아 경영’이 확산되는 건 유능한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어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기용 모니터를 만드는 코덱은 지난해 전 직원들이 전세기를 타고 마카오로 여행을 다녀왔다. 최고급 호텔에 머물며 자신들이 만든 카지노 모니터가 설치된 카지노를 구경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동시에 자사 제품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들은 또 4년 후 라스베이거스로 다 함께 떠날 계획이다. 코덱은 세계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해외 여행뿐만이 아니다. 근무 조건과 환경을 대폭 개선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 직원이 24명인 소프트웨어업체인 제니퍼소프트는 올해 6월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신사옥을 지었다. 지하 1층엔 수영장, 1층엔 북카페, 옥상엔 텃밭이 있다. 이 업체 직원들은 출근하자마자 수영을 하기도 하고 근무를 하다가 수영장을 찾기도 한다. 이처럼 부담 없이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수영 시간도 근무 시간에 포함되기 때문. 일하는 도중 북카페에서 티타임을 가질 수도 있고 텃밭을 가꿀 수도 있다. 근무시간은 주 35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오전 10시에 출근, 오후 6시에 퇴근하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매달 사흘은 재택근무를 한다. 이 업체는 지난해 10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3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처음처럼’ ‘참이슬’ ‘트롬’ ‘이니스프리’ 등 다양한 브랜드 이름을 탄생시킨 브랜드네이밍업체 크로스포인트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은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데리고 출근할 수 있다. 근무 도중 악기를 연주할 수도 있다. 이 업체는 또 1주일에 한 번씩 사람을 불러 직원들에게 발 마사지를 받게 한다.
통신장비업체인 다산네트웍스 역시 ‘프리덤(freedom·자유)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직원들은 각자 출근 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육아 문제로 힘든 사람들은 재택 근무를 할 수도 있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은 “각자 원하는 대로 룰을 정한 후 그걸 잘 지키기만 하면 된다”며 “형식보단 일의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