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삼성SDILG화학을 소형 2차전지 가격 담합(카르텔)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소형 2차전지는 휴대폰이나 노트북, 태플릿PC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 전지를 말한다. 이번 조사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25억달러의 특허소송을 걸고, 유럽연합(EU)이 현대·기아차의 유럽 판매 호조를 이유로 한국을 수출 우선 감시 대상국으로 지정하려는 데 이은 또 다른 한국 기업 견제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미국에서 판매 중인 소형 2차전지의 가격 담합 정황을 포착, 업체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날 “1년 넘게 진행한 조사가 막바지 단계에 진입한 것 같다”며 “이르면 올가을께 조사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사 대상에는 삼성SDI, LG화학과 함께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의 파나소닉과 소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담합 조사를 연방거래위원회(FTC·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하지 않고 수사권을 가진 법무부 반독점국에서 형사사건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관련 업체를 법원에 제소할 계획이다.

삼성SDI와 LG화학이 일본과 미국 업체를 누르고 글로벌 선두주자로 부상하자 견제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2차전지 업체인 에너원(Ener1)은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에서 밀려 올 2월 파산보호를 신청해 공적자금을 받았고, A123시스템도 고전을 면치 못하다 이달 초 중국 기업에 팔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국제 카르텔 조사를 강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과거 반도체 D램 담합 조사와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질주할 무렵에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법무부는 가격 담합으로 인한 부당 이익의 2배 또는 소비자 손실액 합계액의 최대 2배를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2004~2007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를 대상으로 D램 가격 담합 조사를 벌인 뒤 각각 3억달러와 1억8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내사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적인 조사 여부와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정인설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