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소송 불확실에 팔고…차익 실현 매물 쏟아지고…'매도 폭우' 맞은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외국인의 순매도에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외국인의 순매도는 애플 소송 결과 발표를 앞둔 경계심리와 차익 실현 욕구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주 미국 법원에서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소송 결과가 삼성전자에 지극히 불리하게 나오지 않는 이상 실적의 힘으로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 순매도에 2거래일 연속 하락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0.93% 떨어진 128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7일 이후 2거래일 동안 4.60% 하락했다. 17일 삼성전자를 638억원 순매도한 외국인은 이날 1125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로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금액은 354억원에 그치며 코스피지수도 0.23포인트(0.01%) 떨어진 1946.31에 마감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는 ‘애플과의 소송 결과를 지켜보자’는 경계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지방법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송 결과는 오는 24일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박강호 대신증권 테크(IT)팀장은 “일부 외국인이 ‘삼성전자가 애플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아이폰5 출시로 4분기에 갤럭시S3의 판매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것도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도 강도가 강해지는 원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12일(109만1000원)부터 외국인의 순매도가 시작되기 전인 이달 16일(134만5000원)까지 23.28% 급등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130만원이 넘어가면서 단기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차익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송 결과 발표 후 상승 모색 전망

삼성전자 주가는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단기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대차 잔액(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재매수하지 않은 물량)은 10일 약 286만주에서 17일 316만주까지 늘었다. 대차 잔액이 늘었다는 것은 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하루 공매도(주식을 빌려 파는 것) 금액도 13일 6억7787만원에서 17일 120억2696만원으로 늘어났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말부터 7월 옵션만기일(12일)까지 삼성전자 공매도가 늘며 주가가 하락한 상황과 비슷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소송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법원이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타협점을 찾는 선에서 마무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의 힘으로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보다 13.3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19일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7배로 인텔(2.2배) 텍사스인스트루먼트(2.8배) 애플(3.8배) 등 글로벌 경쟁사보다 낮다.

삼성전자가 소송에서 패한다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심리는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팔더라도 나머지 시장을 샀던 경우가 꽤 많았다”며 “삼성전자가 조정을 받더라도 시장이 박스권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