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입국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월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로 가면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올해 안에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반해, 여행시장만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세계관광기구(UNWTO)는 앞으로 2020년까지 세계 국제관광시장이 연평균 4%의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런 관광시장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이미 관광시장은 레드오션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이 예견되고 있는 몇 안 되는 시장임에 분명하다.

우리 관광산업의 성과는 무엇보다도 중국 관광시장의 성장에 힘입은 바가 크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일본인 관광객 수를 앞질렀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중국 관광객이 우리의 최대 관광 수요자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한국관광공사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관광을 선택한 이유로 한국 음식, 한류 등을 꼽고 있다. 여기에 접근성과 비용도 중요한 항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행의 형태는 대개의 경우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특징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중관광 단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관광에서는 품질보다는 양이 우선시되고, 소위 박리다매 형태의 거래가 이뤄진다.

하지만 이제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에 진입하면서부터는 무언가 새로운 혁신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관광산업에서 기대되는 효과를 관광영역에서만 맴돌게 하지 말고, 전체 경제효과로 확대시키고 나아가 이를 문화효과로 연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정책아이디어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관광객 유치 우선 전략에서 품질 중시 전략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실행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하드웨어적 접근으로는 도시의 관광기반 확충을 들 수 있다. 오늘날의 관광은 휴양형 관광보다는 문화·교육형 관광이 대세를 이룬다. 그 기반이 바로 도시다. 관광기반 시설은 관광숙박 및 이용 시설뿐 아니라 컨벤션, 쇼핑, 문화시설, 스포츠시설, 의료시설, 대학, 각종 산업시설까지 포함한다. 특히 지방도시의 경우에는 도시의 관광기반 확충이 더욱 시급하다.

다음으로 소프트웨어적 접근에서는 관광자의 활동 동선과 지역 주민 생활영역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다. 특히 패키지 관광의 경우 마치 캡슐에 싸여서 여행하는 것과 같이 단체관광을 위한 식당, 단체관광을 위한 문화공연, 단체관광을 위한 쇼핑 등 지역주민의 생활영역과 분리된 공간에서의 활동이 이뤄진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관광산업효과를 국가 브랜드나 지역 브랜드와 같은 문화효과로 활용하는 일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 관광객만을 위한 별도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이 곧 외국인 관광객을 유인하는 관광 콘텐츠가 돼야 한다.

휴먼웨어적 접근에서는 경쟁력 있는 다양한 인재의 육성이 필요하다. 관광은 창조사업이다. 전통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해야 한다. 자연유산이나 문화유산만으로 관광상품을 구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세계적인 안목을 갖춘 창조사업자의 육성이 필요하다.

최근 선진 관광국가에서는 사회자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회자본의 상징적인 지표들 중 하나가 자원봉사 참여다. 우리나라도 요즘 여러 분야에서 자원봉사자의 활동을 볼 수 있다. 차제에 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보다 체계적인 접근으로 관광선진화의 기반을 갖춰야 할 것이다. 관광선진화를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길인 품격 있는 관광전략으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이연택 <한양대 교수·관광정책학 ytlee@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