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0조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정부에 요구해 논란이 한창이다. 새누리당은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하반기 재정확대로 풀기로 한 8조5000억원에다 세계잉여금 1조5000억원, 추경 10조원을 더해 등 총 20조원을 투입하자는 주장이다. 정부는 이미 추경을 짤 시기가 지났다며 난감한 모습이다. 민주통합당에서는 그보다 내년 예산을 확대하는 게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추경을 놓고 정치 공방이 벌어질 판이다.

최근 경기 상황이 심각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껏해야 2%대여서 일자리 복지 가계부채 등이 온통 빨간 불이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꺼져가는 성장 불씨를 살리려는 그 어떤 공약도 내놓은 게 없다. 오로지 경제민주화란 미명아래 출자총액 규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유통업체 강제휴무 확대 등 온갖 규제입법을 쏟아내고 있을 뿐이다. 그런 정치권이 이제 와서 갑자기 경제를 살리겠다고 추경을 얘기하니 어리둥절하다. 게다가 번지수도 틀렸다. 지금 경제위기는 단기 외부충격이 가해진 2009년 슈퍼 추경(29조원) 때와 달리 만성질환이어서 금리인하, 재정확대 등 전통적 대책은 잘 먹히지도 않는다. 해외사례에서 보듯 재정 확대가 되레 민간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성장 저해요인이 된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지적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절실한 게 과감한 규제 혁파를 통해 고용과 투자의 중심축인 기업의 활력을 되살리는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MB정부는 거꾸로 달려 대기업 규제만 한껏 늘려놓고 말았다. 한국규제학회 조사에 따르면 이 정부에서 개선·폐지된 규제 700여건 중 대기업 규제는 5%에 불과한 반면 신설·강화된 경제적 규제 293건의 대부분이 대기업 규제다. 전경련 조사에선 단지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적용하는 대기업 규제만도 34개 법령, 87건에 이른다. 소위 지침 고시 행정지도 등을 통한 규제는 파악조차 힘들다고 한다.

그러고도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어제 전경련 간담회에 나와 기업들에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달라고 주문했다. 대기업 손발 다 묶어놓고 이제와서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