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대선 구도는…朴 vs 安이냐, 민주냐 '초미 관심'
새누리당이 20일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선출했지만 민주통합당은 아직 안갯속이다. 일정상으로는 오는 25일부터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돼 내달 23일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박준영 등 5명의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문·손·김 등 ‘빅3’ 후보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야당 대선 후보 선출에서 가장 큰 변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여부다. 안 원장은 출마 시기와 방식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이 출마한다면 그 방식은 크게 네 가지가 가능하다. 첫째는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이뤄 민주당에 입당, 야당 단일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다. 둘째는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만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다. 셋째는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 없이 신당을 창당하거나, 무소속으로 단독 출마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인은 출마하지 않고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방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수위를 다투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방식이든 대선 향방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애써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안 원장과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기는 게 당 입장에서는 가장 좋지만, 안 원장이 경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민주당에 입당해 출마한다면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안 원장의 출마 여부는 새누리당에도 초미의 관심사다. 안 원장에 대한 지지율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모든 ‘경우의 수’를 상정,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안 원장이 야권 잠룡으로 꼽혀온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와 안 원장 간 야권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 박 후보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대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지난 4ㆍ11 총선에서 비록 새누리당이 승리했지만 전체 득표율 면에서는 오히려 야권연대가 3%포인트 앞섰던 점을 감안하면 안 원장과 진보진영인 야당이 공식적으로 합세할 경우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야권 단일화가 불발되면서 안 원장이 마이웨이를 선언해 박 후보와 민주당 후보, 안 원장 등 3자 대결로 펼쳐지면 야권표가 분산되며 박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예상할 수 있다.

양강 구도로 짜여져도 박 후보와 링 위에서 겨룰 야권 단일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판세는 달라질 수 있다. 박근혜 캠프와 새누리당 내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야권 연대가 성사되고 안 원장이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 때처럼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 ‘최악의 수’로 꼽는 견해도 있다.

야권이 안 원장으로 후보를 단일화, ‘박근혜-안철수 양강구도’가 만들어지면 현재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같은 혼전이 예상된다.

이호기/허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