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 중인 가운데 시의회가 모든 의원에게 예산에 반영할 지역현안사업을 제출하라고 요구해 논란을 빚고 있다.

20일 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시의원 114명에게 편지를 보내 2013년 예산에 반영할 지역현안사업 2건씩을 제출하도록 했다. 예결위는 편지에서 “촉박한 예산 편성 일정으로 지역사업에 꼭 필요한 예산이 포함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 예산 편성단계에서부터 검토될 수 있도록 필요한 사업비와 사업설명서를 8월 말까지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또 “제출된 사업은 시와 협의해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예결위의 공식적인 ‘지역현안사업 제출 요구’는 의회가 시급하지 않은 선심성·민원성 사업 예산도 ‘끼워넣기’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예결위에서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편지까지 돌린 것 자체가 그간 밀렸던 지역민원사업을 넣어보고자는 의도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민원성 예산 끼워넣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시는 의회와의 매끄러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매년 500억원 정도의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의 다른 관계자는 “시도 처음에는 시의원의 민원성 사업을 걸러내지만 예결위심사에서 다시 이를 포함시키는 게 관례”라며 “통상 시의원 요구 사업을 들어주기 위한 비용 500억원 정도를 다른 예산안 항목에 넣어 준비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예산에도 의원 요구로 책정된 항목이 적지 않다. 은평구 창작공간 조성, 답십리 고미술상가 명소화, 미군기지 이전부지 문화시설 건립, 생태문화길 브랜드화 사업 예산, 초안산·현충근린공원, 함사역사생태공원 토지보상비 등이 의원 요구로 반영됐다.

‘민원성 예산 끼워넣기’에 대한 비판이 일자 일부 시의원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의원은 “의원들이 지역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상습 침수구역 보수 같은 것인데 지역에 절박하게 필요한지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20억~30억원씩 드는 체육관 건립 같은 사업을 밀어 넣으려는 게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인 새누리당의 한 시의원은 “민주통합당이 시와 의회를 모두 장악하고 있어 서로 견제하는 구도가 깨졌다”며 “지역현안 사업 끼워넣기도 이런 구조에서 생기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