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협상이 노노 갈등으로 무산됐다. 노사는 17일 오전 10시 울산공장 본관에서 제17차 본교섭을 열기로 했으나 강성노선의 현장노동조직 조합원 20여명이 출입문을 가로막는 바람에 노사 교섭위원들이 협상장에 진입하지도 못한 채 20여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현대차 노사가 협상안에 불만을 품은 조합원들의 협상장 봉쇄로 협상에 차질을 빚기는 2008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협상장을 막아선 현장노동조직은 현대차 노조 역사상 가장 많은 집행부를 배출한 강성 성향의 ‘금속 민투위’ 소속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밤샘근무를 없애는 주간연속 2교대제는 반드시 ‘8+8’ 근무형태로 가야 한다”며 “노조 집행부가 이를 관철하지 않을 경우 강도 높은 저지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집행부를 압박했다. ‘8+8’ 근무형태는 오전 오후 각 8시간 일하는 근무형태를 말한다. 회사는 밤샘근무 폐지로 줄어들게 되는 차량 생산량을 보완하기 위해 오전 8시간, 오후 9시간(잔업 1시간 포함) 일하는 ‘8+9’ 근무형태를 노조에 제시한 상태다. 노조는 이날 주요 쟁점인 주간연속 2교대제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안 등에 대한 회사 측 수정안을 보고 막판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원들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투위가 협상장 봉쇄에 나선 것은 2008년도 같은 계열의 윤해모 위원장 재임 당시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안과 관련해 현재의 집행부 소속인 ‘민주현장’ 조직원들이 협상장을 수차례 원천봉쇄하는 바람에 협상 타결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데 대한 불만이 뒤늦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윤 위원장은 이 같은 노노 갈등 때문에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는 수모를 겪은 데 이어 1년 후인 2009년에는 임단협 도중 위원장직을 사퇴하는 등 극한 노노 갈등의 희생양이 됐다.

민투위 조직원들이 이날 노조 집행부에 과거 협상장 봉쇄에 대해 공식 사과를 요구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다. 현대차 현장조직은 현대차 노조 내에 금속 민투위와 현장혁신연대, 전현노 등 5~6개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 그룹은 매년 임단협 시기를 전후해 집행부 성과에 흠집을 내는 등의 선명성 경쟁을 통해 차기 집행부 선점을 노린다.

이날 협상장에는 현대차 사내 비정규 노조원 300여명도 가세해 2016년까지 3000명의 사내하청 근로자를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한다는 회사 측 제안에 반발하며 노사협상을 가로막았다.

현대차 노사는 다음주 본교섭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민투위나 비정규직 노조가 또다시 협상장을 막아서는 등 극한 노노 갈등에 휩싸일 경우 올해 임금협상은 장기화나 파행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