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기업의 30년 만기 회사채 발행액이 지난해 전체 발행액을 넘어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낮은 금리로 장기 자금을 쓰려는 기업과 적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시장의 수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미국 기업들의 30년 만기 회사채 발행액은 863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발행액 847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났다.

엔진 제조업체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를 비롯해 모건스탠리, 월트디즈니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초장기 채권을 발행했다.

미국 기업 입장에서 올해는 초장기 채권을 발행하기 위한 적기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 0~0.25%인 기준금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드리언 밀러 GMP증권 전략부문장은 “당장 자금이 급하지 않은 기업들도 싼값에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미 국채를 대신할 투자 수단으로 장기 회사채를 선택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해지면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2% 아래에 머물고 있다.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비교적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회사채로 방향을 틀고 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미국 우량기업의 30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평균 연 9% 수준이다.

특히 연금, 은퇴펀드, 보험회사의 장기 회사채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자들이 연금에 의지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스 샤 얼라이언스번스틴 신용부문장은 “연금들은 특출한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