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과 휴가 시즌의 막바지에 접어든 요즘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4만명 정도, 5년 전에 비해 50% 이상 많아졌다. 올해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손목터널증후군 환자 10명 중 8명은 여성이다. 특히 집안일 때문에 손을 많이 사용하는 주부들이 많이 걸린다. 육아 문제와 집안일을 맡아야 하는 주부의 경우 여름철이 지나면 십중팔구 손목 통증을 호소한다. 여름방학으로 아이들이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평소보다 많은 집안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또 높은 기온으로 인해 음식이 쉽게 상하기 때문에 음식을 준비하는 횟수도 늘고, 빨래의 양도 두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자연스레 손목 사용이 늘어난다.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손목 내부의 건이나 인대가 잦은 마찰에 의해 부어오르고 퇴행이 되면서 손목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손목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 주부병이라 불리우는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증후군)이다. 손목 안에는 손목뼈와 손목을 가로지르는 인대로 둘러싸인 터널이 있는데, 이 터널안으로 손가락 힘줄과 손가락 정중신경이 지나간다. 손목을 혹사시키면 손목 인대가 부어 손목 터널 내 정중신경을 누르면서 손저림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전우주 바른마디정형외과 원장은 “손목이 저리는 증상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수면 중에도 손목 통증으로 자꾸 깬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목터널증후군 초기에는 손가락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점차 손바닥과 팔까지 저리는 증상이 생긴다. 특히 2·3·4번째 손가락에 통증이 발생하며, 손등과 새끼손가락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고 방치할 경우 증세는 더욱 심해져 손가락 힘이 약해지고 작은 컵 등의 물건을 잡다가 떨어뜨리거나, 문고리를 잡고 여는 동작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른바 운동마비 증상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자가진단법은 간단하다. 손목을 90도로 꺽은 후 30초간 양 손등을 서로 맞대고 있는다. 이때 손 끝이 찌릿하고 저리는 증세가 나타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손목을 90도로 꺽으면 손목터널이 좁아지면서, 신경압박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의 가장 좋은 예방법이자 치료법은 손목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손목 아대, 손목 받침대 등을 이용, 손목의 과부하를 줄이고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가며 사용하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
전 원장은 “손목터널증후군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무리한 손목 사용을 자제하고, 손목을 부목으로 고정하거나 약물·주사치료 등으로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며 “증상이 심하다면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손목터널을 넓혀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