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다시 확산됨에 따라 세계 각국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경기에 민감한 건설 투자도 크게 줄었다.

한국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은 증가하고 있어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상반기 건설 투자는 2분기 부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한 67조1000억원에 머물렀다. 이 규모는 상반기 실적으로는 2002년 상반기(63조9000억원)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더구나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지방 시장은 상승세가 빠르게 둔화되는데, 공급 물량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건설시장의 수급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건설산업의 중·장기 성장성을 고려하면 지금을 저점 매수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건설업종은 상반기 중 불확실한 경제 여건으로 인해 발주 여건이 둔화될 것에 대한 우려가 반영돼 이미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 또한 부문별 업황을 점검한 결과 장기 계획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해외 수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 국내 대형 건설사의 실적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고 볼 수 있다.

상반기 유가가 하락하면서 중동지역 수주에 대한 기대가 반감된 측면이 있지만, 실제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여진다. 국내 건설사의 수주 비중이 높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지역의 하루 원유생산량은 3000만배럴을 넘고, 전 세계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떨어지면 전체 수입이 110억달러 줄고, 투자 비중 27%를 적용하면 30억달러가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돼 자연스레 투자 둔화가 우려됐던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연초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의 페트로라빅2(PetroRabigh2: 사우디 아람코와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약 30억달러를 들여 사우디 홍해연안에 건설하는 초대형 종합석유화학단지), 사다라(Sadara: 사우디 최대 산업단지인 주베일에 183억달러를 들여 석유화학제품 생산설비를 건설 운영하는 사업), 켐야(Kemya: 주베일 산업단지의 합성고무 생산 공장)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 발주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이는 중동 국영석유회사(NOC)의 재원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고유가 진입으로 충분히 확보된 상황이고, 국가 재정의 유가 손익분기점(BEP) 수준이 지금의 유가보다 낮기 때문이다. 유가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시기에는 우려가 부각되며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지만, 추가적인 유가 급락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 단기적으로 유가 급락에 따른 우려가 앞선 측면이 있었을 뿐 실제 크게 변하지는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중·장기적인 상황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동의 산업정책 방향은 석유와 가스의 밸류체인을 확장하는 데 투자의 초첨이 맞춰져 있다. 과거 중동은 보통 원유를 생산해 판매하는 단계에 그쳤지만, 지금은 정제설비 및 화학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해 중간재까지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가스의 활용도가 점차 확대되면서 에탄크래커를 활용한 화학설비, 비료공장의 투자까지 확대되고 있다.

중동의 정책이 투자 중심으로 변한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중동의 투자여건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중동 자체의 재원이 보강된 것은 물론 밸류체인 확대를 위한 도로, 항만, 전력설비의 인프라가 일정 부분 구축됐다. 글로벌 엔지니어링업체의 기술수준이 향상돼 모든 공정을 일관화할 수 있다는 점도 대규모 발주를 늘리는 요인이다.

둘째, 수요처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과거 선진업체 주도의 글로벌 성장은 원유 도입 이후 선진국 중심의 화학설비 투자로 이어졌지만 이제는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의 고속 성장이 이어지고 있어 수출이 쉬워졌다. 이들 신흥국 제품의 경쟁력은 가격이 싼 데 있기 때문에 중동지역의 품질이 낮은 원재료를 기초로 한 화학제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중동은 유가가 절대적인 저가 수준으로만 하락하지 않으면 중·장기 투자 방향에 맞춰 안정적으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은 정유·화학·가스 등 화공분야 이외에 발전·철강 분야 등으로 선순환적인 투자가 확대되는 시기다.

하반기엔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대형 발주 이외에도 쿠웨이트의 신규 정유공장 건설, 이라크의 대규모 투자, 리비아 재건 등 주요 산유국의 투자 확대로 국내 건설사의 수주 기대감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덕상 <동부증권 연구원 classical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