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中기업 공모 후 PER 낮아진 곳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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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 당시 PER 10.5배, 지금은 6배로 떨어져…최근 1년간 IPO 실적'전무'
▶마켓인사이트 8월14일 오후 2시1분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내부통제도 강화했습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중국 외벽타일 제조업체 완리의 우루이뱌오 사장은 한국 증시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해 6월 상장한 완리는 중국고섬 사태 이후 유일하게 코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한 중국 기업이다. 공모가 4100원에 주가수익비율(PER) 6.5배로 시작했지만 현재 주가는 3000원대, PER은 4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국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이 시작된 지 17일로 꼭 5년이 된다. 그동안 18개 외국 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하다. 전문가들은 외국 기업의 국내 유치를 포기할 수 없다며 상장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18개 기업 중 15개가 중국기업
국내 증시에 외국 기업이 상장한 것은 2007년 8월17일. 중국 기업인 3노드디지탈이 처음이었다. 이후 유가증권시장 6곳, 코스닥시장 12곳 등 총 18곳의 외국 기업이 국내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했다. 이 중 15곳은 중국 기업이다.
이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혹했다. 중국 기업 15곳의 공모 당시 평균 PER이 10.5배에서 지금은 6배로 떨어졌다. 실적은 좋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계속 하락하면서 주당 수익률이 추락한 결과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외국 기업의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IPO 당시보다 평균 126.5%, 55.4% 각각 증가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 현상은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문제를 일으키면서 전체 외국 기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영향이 크다. 중국고섬이 불투명한 자회사 회계처리로 상장 2개월 만에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연합과기와 성융광전투자는 ‘감사의견 거절’로 강제퇴출 위기에 놓여 있다.
◆“중국 기업 유치 포기 말아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이후 외국 기업 IPO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해 6월 완리 상장 이후 중국 기업의 IPO는 한 건도 없다. 올해 4월 일본업체인 SBI모기지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지만 대량 실권이 났다.
한국거래소는 얼어붙은 외국 기업 IPO시장을 살리기 위해 연내 우량한 외국 기업을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다. 터키, 그리스, 카자흐스탄 등 제3국의 기업이 일부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스탄불 국제공항 등 터키 내 주요 공항을 운영하는 TAV가 대표적이다. 이스탄불거래소 상장사인 이 회사는 우리나라를 비롯 해외 증시에 2차 상장하는 방안을 조만간 이사회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중국 기업의 국내 유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IPO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장 건수 기준 61%, 공모 규모 기준 40%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종전에 논란이 됐던 중국 기업 문제를 조속히 정리한 뒤 강화된 상장 규정에 따라 제대로 된 중국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수정/안재광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