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GS, 공공기관에 기름넣기 '1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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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 공동구매 입찰에 SK·GS만 참여
점유율 걸린 싸움…"일감 몰아주기" 비판도
점유율 걸린 싸움…"일감 몰아주기" 비판도
SK와 GS가 1조원 규모의 공공부문 기름 공급권을 놓고 맞붙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마감한 9200억원 규모의 정부 공공부문 유류 공동구매 입찰에 SK네트웍스와 GS칼텍스가 참여했다. 전국적으로 고른 주유소 거점을 가진 두 곳 중 운영 시스템과 이용 편리성, 가격 등을 고려해 한 곳이 선정된다. 조달청 관계자는 “조만간 공급 정유사를 확정짓고 공공기관 유류 공동구매 확대 등 향후 운영 방안과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입찰은 지난달 정부의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공공부문 유류 공동구매 추진 계획’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조달청에 등록된 4만4000여개의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이 사용하는 석유제품을 공동구매하기로 했다. 한꺼번에 사들여 단가를 낮추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전체 구매 물량은 연간 총 28억ℓ로, 금액으로는 4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처음인 만큼 이번 입찰에서는 항공유, 벙커C유 등 중질유 수요처와 저장시설이 있는 기관을 제외해 5억ℓ의 유류를 1년간 계약한다. 선정된 정유사는 9278억원어치의 휘발유와 경유를 공급하게 된다. 알뜰주유소의 연간 구매 물량인 3억8000만ℓ보다 많은 규모다. 지난해 휘발유와 경유 국내 소비량인 323억4187만ℓ의 1.5%에 해당한다. 향후 전체 기관으로 확대되면 정부의 공동구매 물량 비중은 8.7%로 늘어난다.
정유사 간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많은 물량 입찰에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이 빠진 까닭은 전국적인 거점 주유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SK 주유소는 4408곳, GS칼텍스는 3268곳, 현대오일뱅크 2380곳, 에쓰오일은 1960곳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공급 효율성 측면에서 전국 시·군·구별로 주유소가 잘 퍼져 있어야 구매 관리가 쉽다”며 “그런 조건에 맞춰 이미 두 정유사로 선정 대상이 좁혀진 만큼 결국엔 가격협상력이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첫 계약기간은 1년이지만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고 앞으로 물량은 더 늘어날 예정인 만큼 눈치작전이 치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공동구매 효과를 강조하지만 물량 몰아주기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향후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입찰물량을 확대해 구매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기존 지방자치단체 물량은 석유대리점이나 개별 주유소들이 입찰을 통해 납품해왔다. 앞으로 이 물량까지 중앙부처의 공동구매 물량에 포함되면 한 정유사에 물량을 몰아주는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유사 입장에서도 그리 탐탁지는 않다. 알뜰주유소와 더불어 공공부문 물량까지 경쟁 입찰하면서 기름값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1, 2위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올 2분기 정유부문에서 각각 4597억원, 480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물가안정을 위해 경쟁입찰로 공공 부문의 가격을 인하하고 이를 통해 기름값의 전반적 가격 하락을 노리는 방안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자영주유소 관계자는 “공공부문 유류의 공동입찰은 입찰 당시 해당 정유사 간 경쟁만 부추길 뿐”이라며 “정유사 간 출혈경쟁이 벌어지면 일반 판매에서 손해를 보전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