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런던올림픽이 남긴 것
런던 하계 올림픽이 지난 12일 화려한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올림픽 기간 내내 우리 국민들은 밤을 새워가며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했다. 때론 아쉬움이 큰 경기도 있었고, 예상 밖의 선전에 환호도 했다.

우리 대표 선수들 모두는 그들의 땀과 눈물을 경기장에서 아낌없이 쏟아 냈으며, 그 결과 당초 우리가 예상했던 성적을 뛰어 넘어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세계 5위의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1948년 우리나라가 첫 출전한 제14회 런던 올림픽 이후 64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 올림픽에서 이렇듯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것은 무엇보다도 모든 역경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 감독과 코치진, 그리고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준 우리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스포츠로 하나가 되었으며, 메달 획득 여부와 상관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간 정부는 이번 올림픽에 대비해 대한체육회 후원기업 등과 합심해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을 해왔다. 태릉선수촌의 낙후된 시설을 보완하기 위해 진천 선수촌을 건립, 양궁 사격 수영 배구 등의 훈련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올림픽 참가 사상 처음으로 런던 브루넬대에 현지 훈련캠프를 마련, 선수단이 일찌감치 런던에 입성해 시차에 적응하고 충분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이 올림픽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런던까지 동행해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한 훈련파트너들, 엄마의 손맛으로 식사와 도시락을 준비해준 선수촌 조리사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도와준 의료팀 등 보이지 않는 조력자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런던 올림픽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중요한 사실은 스포츠는 이제 더 이상 스포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이미지를 형성함으로써 국격과도 맞닿아 있는 아주 중요한 분야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 올림픽 축구가 개최국인 영국을 승부차기 끝에 이긴 것은 유럽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강력한 국가 이미지를 심어준 큰 성과라고 생각된다.

런던 올림픽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폴메카트니의 열창을 통해 영국 역사와 문화를 대서사물로 연출한 개막식으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고, 관람객들의 수준 높은 관람 태도로 근대 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떨쳤다. 문화올림픽을 표방한 런던 올림픽 기간 중에 우리도 런던의 사우스뱅크센터에서 ‘오색찬란’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열어 한국 문화를 알리는 축제를 개최했고, 이를 통해 한국 문화를 유럽 사람들에게 인식시킨 계기가 되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드러난 우리 스포츠의 과제도 명확해졌다. 금메달 수에서 세계 5위의 성적이지만 총 메달 집계에서는 이에 못 미쳐 좀 더 다양한 종목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또 국제 스포츠계에서 경기력만 강조하는 스포츠강국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공헌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스포츠 공여국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우리의 스포츠 외교력을 증진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를 위해 개도국의 스포츠 발전을 돕고 우리가 가진 각종 국제대회 유치와 운영의 노하우를 나누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동시에 한국의 젊은 인재들이 국제 스포츠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인력 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겠다.

물론 이번 대회를 통해 거둔 성과를 면밀히 검토해 선수들의 훈련 환경을 개선하고, 실업팀 창단을 지원하며, 기초종목에 투자를 늘리는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올림픽에 보여준 국민의 관심이 생활체육으로 이어져 모든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하나 이상의 스포츠를 즐기고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이제 런던 하계올림픽 기간 중 밤잠을 설치게 하는 스포츠 관람의 즐거움은 막을 내렸지만, 우리 국민 모두가 일상 속에서 스포츠 활동을 적극적으로 함으로써 스스로의 건강도 찾고 삶의 여유도 갖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광식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kschoe@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