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증시는 휘청였지만 유럽에 투자하는 펀드는 오히려 양호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1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으로 운용순자산 10억원 이상 유럽펀드 15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2.75%를 기록했다. 유럽신흥국펀드 11개의 평균 수익률도 11.47%를 기록했다.

이는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5.27%)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도 4.69%에 그쳤다.

'피델리티유럽자(주식-재간접)A'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20.35%로 유럽펀드 중 가장 성과가 양호했다. 이 펀드는 지난 6월초 기준 독일 투자 비중이 22.65%에 달한다. 영국과 프랑스에 대한 투자비중도 각각 18.85%, 15.32%로 높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연초 이후 17.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와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도 각각 4.9%, 8.7%씩 올랐다.

이에 따라 독일과 프랑스 투자 비중이 60% 이상인 '슈로더유로자A(주식)종류A'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17.41%를 기록했다.

유럽신흥국 펀드 중에서는 'KB유로컨버전스 자(주식)A'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19.68%에 달했다. 이 펀드는 러시아 투자비중이 47%에 달하며 터키(26.73%)와 영국(6.48%), 카자흐스탄(6.11%) 순으로 투자비중이 높다.

동유럽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프랭클린템플턴이스턴유럽증권자(주식-재간접형)Class A'의 수익률도 15.07%를 기록했다. 유럽 펀드 중에서는 '알리안츠GI동유럽 자[주식](C/A)'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5.82%로 하위권에 속했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유럽의 경제지표는 부진했지만 유럽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한 정책 기대감이 위험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이에 따라 지난주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선진유럽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돋보였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러한 상승세를 계속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증시는 재정위기 이슈에 따라 장기간 등락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원소윤 한화투자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역내펀드 기준으로 현재 유럽펀드는 22개에 불과하고, 총 설정액도 2000억원 수준"이라며 "이들의 순자산은 1570억원임을 감안할 때 아직도 주가가 많이 하락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원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는 단기에 해결되지 않고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며 "최근 유럽 펀드의 수익률은 개선되고 있지만 향후 유망한 상품으로 추천하기는 아직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