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오르던 코스피지수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외국인이 프로그램차익거래를 중심으로 6거래일 연속 순매수했지만 코스피지수는 13일 13.96포인트(0.72%) 하락한 1932.44에 마감했다. 예상보다 부진했던 중국 경제지표가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기관의 순매도 물량도 코스피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프로그램매매, 기관 수급,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지표가 향후 주식시장의 상승탄력을 결정할 주요 변수”라고 분석했다.


프로그램 매매 외국인 '아직 배고파'…7000억원 추가매수 여력

최근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은 외국인의 프로그램차익매수다. 외국인은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프로그램차익거래로 약 1조800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선물가격 상승으로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인 베이시스가 1.5포인트 이상의 강세를 기록하자 자동적으로 선물을 매도하고 현물을 매수해 수익을 내는 프로그램차익거래가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13일 외국인 순매수 금액(2642억원)의 54%(1432억원)가 프로그램차익순매수였다. 관심은 외국인의 프로그램차익순매수 여력이 얼마나 남았는지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1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코스피지수가 상승할 때 외국인의 프로그램차익거래 순매수는 약 2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 금액에서 이달 8일부터 13일까지 들어온 외국인 프로그램차익거래 순매수금액(1조8000억원)을 빼면 약 7000억원의 추가매수 여력이 남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의 단기 프로그램차익순매수 여력은 2조5000억원 수준”이라며 “8일 이후 순매수금액을 감안했을 때 9월 만기일까지 외국인의 긍정적인 프로그램 수급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프로그램순매수 여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1년 12월8일 선물옵션동시만기일 이후 현재까지 누적된 외국인의 프로그램차익순매수 금액은 2조6968억원이다. 같은 기간 순매수잔액 고점인 2조7000억원에 근접했기 때문에 추가여력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급격하게 청산(현물 매도·선물 매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차익거래는 사실상 확정수익을 낸 것이기 때문에 백워데이션(현물가격이 선물가격보다 높은 상태)이 나지 않는 한 9월 만기일까지 청산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기관 "펀드 환매에…" 일단 발빼기…2000 근접할수록 매도

국내 증시 수급의 한 축인 기관은 최근 3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다. 기관은 이달 들어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8800억원 순매수했지만 최근 3거래일 동안은 총 6159억원 순매도했다.

기관이 외국인의 공격적인 순매수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은 주식형펀드환매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10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4678억원이 빠져나갔다. 남동준 삼성투신운용 상무는 “최근 펀드로 대규모 자금이 몰려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관들의 자금 집행이 쉽지 않다”며 “환매 때문에 적극적으로 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스피지수가 2000에 근접할수록 환매 강도는 세졌다. BS투자증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코스피지수 1800대에서는 2248억원이 주식형펀드로 들어왔지만 1900대에서는 유입금액이 675억원으로 줄었고 2000포인트를 넘으면 오히려 1411억원이 빠져나갔다. 홍순표 BS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코스피지수가 1900대 이상일 때부터는 유입 규모가 확연히 줄고 2000을 넘으면 자금이 유출된다”며 “경기상황과 실적 등 펀더멘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기관의 순매수 여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부장은 “기관이 순매수한 업종을 보면 낙폭과대 업종이 주를 이룬다”며 “기관 자체의 시각이 단기적이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中경제 산업생산 둔화, 증시 부담…애그플레이션도 복병

미국과 유럽의 경기부양책 기대감이 증시를 끌어올렸지만 국내 증시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중국 경제다.
지난주 발표된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은 시장 예상(9.7%)에 못 미치는 9.2%를 기록했다. 소매판매도 전년 동기보다 1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의 경기 둔화에 13일 국내 증시에서 화학(-1.13%) 철강금속(-0.57%) 등 중국 관련주들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철희 동양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7월 수출이 8.8% 감소한 것은 중국 경기둔화와 연관성이 깊다”며 “코스피지수가 쉬어가는 것도 지난주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가 안 좋은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도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된다. 곡물과 국제 원유 가격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번지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고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정책에 지장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 증시에 부정적이다.

옥수수 주 생산지인 미국 중부에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들면서 옥수수 가격은 지난 10일 부셸당 8.09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같은 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08.22달러로 5월15일 108.63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식료품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가운데 만약 글로벌 경기마저 부진하다면 유동성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에 제약요인이 된다”며 “주식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가 8월 이후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긍정적이다. 여기에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어 추가 긴축완화정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철희 연구원은 “중국은 8월부터 미국 연말 쇼핑 시즌을 감안한 제조업 생산이 활발해진다”며 “중국 PMI 제조업지수는 7월을 저점으로 8월부터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증시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황정수/유승호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