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이 옥수수, 밀 등 주요 곡물 가격 폭등세를 안정시키기 위한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세계적인 가뭄 탓에 연말 작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G20 관계자들이 이달 중 화상회의를 열고 곡물값 폭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회의 개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13일 보도했다. FT는 G20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회의는 9월 말이나 10월 초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회의는 G20이 개최하는 첫 식량위기 관련 비상회의가 될 전망이다. G20과 유엔 관계자들은 2007~2008년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거울 삼아 작년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을 출범시켰고 그 산하에 신속대응포럼(RRF)을 둬 위기 상황시 비상대책 회의를 열 수 있도록 했다.

G20의 공동 대응은 최근 식량 가격 급등세가 2008년 식량위기를 불러오기 전 상황과 비슷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식량위기 당시 방글라데시 멕시코 이집트 아이티 등 30개국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식량난은 작년부터 중동을 휩쓸고 있는 ‘아랍의 봄’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9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12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부셸당 8.23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곡물가 폭등으로 인도네시아에서는 두부 생산업자들이 수입 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라며 파업을 벌였다. 멕시코에선 주식량인 토르티야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란에서는 닭고기 값 인상에 항의하는 폭동이 일어났다.

미 농무부(USDA)는 10일 연말 옥수수 작황 전망치를 당초 예상보다 22억부셸(17%) 적은 108억부셸로 하향 조정했다. 가격도 부셸당 8.9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USDA 관계자는 “미국 곡창지대 가운데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를 합친 것보다 더 넓은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G20은 이번 회의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식량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식량위기라고 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G20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각국의 곡물 수출 제한, 매점매석, 투기 등을 막기 위한 예방적 성격”이라며 “식량 위기의 신호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