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잡아라" 롯데百, 동대문패션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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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타일, 17일 영등포점
블루밍, 21일 강남점 오픈
뮤제드마리는 본점에 매장
블루밍, 21일 강남점 오픈
뮤제드마리는 본점에 매장
롯데백화점 영캐주얼 선임상품기획자(CMD)인 최용화 과장은 지난 5월부터 퇴근 이후 서울 동대문으로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 ‘젊고 패션에 강한 백화점’을 만들라는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의 특명에 따라 침체에 빠진 백화점 의류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패션브랜드를 찾기 위해서였다. 동대문에서 잘나가는 패션브랜드 사장들을 만나 명함이라도 건네려면 ‘심야시간대’까지 기다려야 했다. 도매 위주로 사업을 하는 이들은 주로 ‘큰손’ 고객인 지방 의류 소매상들이 올라오는 시간에 맞춰 매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백화점 입점 제의를 받은 동대문 패션브랜드 사장들은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동대문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잘 운영하고 있는데 굳이 이것저것 간섭이 많은 백화점에 들어가 모험할 필요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최 과장은 몇 번이고 찾아가 “패션시장의 주류인 백화점에서 브랜드 사업의 꿈을 펼쳐보시라”며 끈질지게 설득했고, 몇몇 사장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더스타일 뮤제드마리 블루밍 등 동대문에서 매출 상위권인 여성 패션브랜드들이 롯데백화점에 첫 입점한다. 오는 17일 영등포점에는 더스타일이 문을 열고 21일엔 강남점에 더스타일 뮤제드마리 블루밍이, 24일엔 건대스타시티점에 더스타일과 뮤제드마리가 나란히 개장한다. 뮤제드마리는 10월 초 리뉴얼이 끝나는 소공동 본점 영플라자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 브랜드는 각 점포 영캐주얼층에 33~50㎡ 규모의 단독 브랜드 매장을 낸다. 기존 국내 대기업 브랜드나 해외 유명 브랜드와 비슷한 조건이다. 동대문 브랜드가 백화점에 단독 매장 형태로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화점에 입점한 동대문 브랜드는 신세계와 현대 등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위드베이스가 유일하다. 이 브랜드는 2009년 신세계 멀티숍(여러 브랜드를 함께 파는 매장)의 한 브랜드로 첫 진출했다.
롯데가 동대문 브랜드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기존 백화점 입점 브랜드들이 새롭고 참신한 것을 원하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젊은 소비자들을 길거리 매장이나 패션몰로 뺏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가 꼽는 동대문 브랜드의 장점은 개성 있는 디자인과 빠른 생산시스템, 상대적으로 싼 가격 등이다. 최 과장은 “기존 브랜드는 인기상품을 추가 주문해 매장에 들여오기까지 2~3주는 걸리지만 동대문 브랜드는 2~3일이면 가능하다”며 “그만큼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약점 때문에 그동안 백화점 입점 대상이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브랜드보다 상품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대문 브랜드들은 각각 ‘백화점 브랜드’를 새로 만드는 등 각오를 다지고 있다. 더스타일은 ‘루더스타일’, 뮤제드마리는 ‘마리스토리즈’, 블루밍은 ‘엘블룸’이란 이름으로 백화점 소비자들을 맞는다. 가격은 원피스 6만9000~7만9000원, 티셔츠 2만9000~4만9000원, 재킷·점퍼 9만9000~18만9000원 등으로 기존 브랜드에 비해 20%가량 저렴한 편이다. 오유림 더스타일 사장은 “동대문에서 쌓은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기존 백화점 브랜드 못지않은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다양하고 개성 있는 상품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