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70억 인구를 열광시켰던 런던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 5위의 기분 좋은 성적을 거두며 당초 목표인 ‘10-10(금메달 10개 이상, 종합순위 10위 이내)’을 초과 달성했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질적으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모여줬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메달을 획득한 종목이 기존의 전통적 효자종목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형 스포츠라고 불리는 펜싱(금 2, 은 1, 동 3), 사격(금 3, 은 2), 수영(은 2)에서 총 13개의 메달을 따내면서 역대 올림픽과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레슬링, 복싱 등 효자 종목 쇠락

레슬링과 복싱 등 오랜 ‘메달밭’ 역할을 해온 종목이 쇠락하고 있다. 한국 선수단은 올림픽 출전 초창기 금메달을 따기 위해 레슬링 복싱 등 투기 종목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왔다. 시설이나 장비 투자 부담이 적은 이들 종목에서는 최소 비용으로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이후 양궁과 역도 등으로 영역을 넓혀왔지만 금메달은 여전히 4~6개 종목에 국한됐다.

레슬링은 양정모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딴 이후 올림픽마다 1~2개의 금메달을 따냈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노 골드’에 그쳤다. 명예회복을 노린 런던올림픽에서 김현우가 금메달을 하나 따내긴 했지만 레슬링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복싱도 LA올림픽과 서울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 1개와 2개를 따내며 주목받았지만 그 이후 대회에선 옛소련 국가들의 강세에 밀려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펜싱, 사격, 수영 강세

베이징올림픽부터 한국의 메달 지형도에 변화가 감지됐다. 한국은 베이징올림픽 때 사격에서 16년 만에 금메달을 땄고, 수영과 야구에서 첫 금메달을 따내며 우승 종목을 8개로 늘렸다. 수영은 메달을 딴 국가의 평균 국내총생산(GDP)이 3만6329달러에 이르는 선진국형 스포츠의 대표적인 종목이다.

런던올림픽에선 사격과 펜싱이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한국의 메달 레이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펜싱은 로마시대부터 시작된 전통적인 유럽의 귀족 스포츠로서 주로 유럽 선진국이 강세를 보여온 종목이었다. 펜싱은 이번 런던에선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내며 펜싱 최강국에 등극했다. 사격도 이번에 금메달 3개를 수확하며 사격 강국의 지위를 다졌다.

◆기업·정부의 후원으로 성장

이 같은 선진국형 스포츠로 변화는 경제적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국가의 평균 1인당 GDP는 2만7000달러로 세계 평균 1인당 GDP(1만1000달러)의 두 배를 넘는다.

오경수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연구원은 “펜싱, 사격 등에서의 선전은 경제적 뒷받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고가장비와 소재기술 등의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첨단기술, 특수 시설을 갖춘 스포츠 인프라,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력까지 3박자가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피땀 흘리며 훈련한 선수들의 기량과 집념이 이 같은 성적을 낸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엘리트 스포츠를 육성하고 생활체육을 통한 스포츠 저변 확대에 노력해 온 정부, 현지 훈련시설을 확보하고 역대 최고의 포상금을 약속한 각 경기단체, 오랜시간 동안 비인기종목에 투자한 기업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런던올림픽의 영광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