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촉발된 한·일 간 외교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와 양국간 정상회담 중단 등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추가 대응조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은 “국제사회에 일본의 주장을 확실히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포함해 국제법에 근거한 분쟁의 평화적 분쟁 해결조치를 검토하겠다”고 12일 말했다.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를 ICJ로 끌고 가려는 시도는 이번이 세 번째다. 1954년 한국이 독도에 등대를 설치하자 우리 정부에 외교문서를 보내 ICJ를 통한 문제 해결을 제안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일본의 제안은 사법적인 포장을 씌워 허위 주장을 펼치려는 기도에 불과하다”고 일축해 무산됐다. 일본은 1962년에도 비슷한 제안을 했다.

이 같은 일본의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 관계자는 “응할 이유가 없다”고 반대했다. 그는 “일본 측이 ICJ 제소를 검토하는 것은 독도를 분쟁 지역화하려는 의도”라며 “독도는 명백한 우리 영토이기 때문에 이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ICJ에 가입할 때 강제관할권(강제재판권)을 유보했기 때문에 일본이 일방적으로 제소한다고 해도 재판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강제관할권이란 어느 한 국가가 제소하면 ICJ가 다른 국가에 대해 재판에 참석하라고 강제할 수 있는 권한으로 한국은 가입 당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는 일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사안별로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독도 문제와 한·일 간 경제협력 등은 별도로 놓고 추진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면 한·일 간 외교 대립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는 모양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다음달 8일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ㆍ일 정상회담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 외교’도 발이 묶일 전망이다. 교도통신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교토를 방문한 만큼 올해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방한할 순서지만 미뤄질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 내에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등 영유권 분쟁 지역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조수영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