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12일 09시10분

국내 최대 형단조(型鍛造·형틀을 사용해 기계 해머로 두드리는 단조법) 업체인 삼미금속이 정책금융공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사모투자펀드(PEF)에 인수됐다. 삼호해운 삼호조선 등 관계사들이 침몰하면서 함께 어려움을 겪던 삼미금속이 삼호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나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정책금융공사가 70% 지분을 보유한 ‘코에프씨 밸류업 제1호 PEF’는 최근 삼호그룹 산하 삼미금속을 600억원에 인수했다. 코에프씨 밸류업 제1호 PEF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되는 보통주 1000만주(1주당 3000원·총 300억원)와 전환사채(CB) 300억원어치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 PEF를 이끄는 운용사는 KB인베스트먼트와 한화인베스트먼트다.

코에프씨 PEF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일단 삼미금속 지분 60%를 확보하게 됐다. 추후 CB를 전환하면 지분율은 75%로 늘어나게 된다. 삼미금속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던 신현철 씨 등 삼호그룹 오너 일가 및 관계사 지분율은 코에프씨 PEF의 지분율이 늘어나는 만큼 줄어든다. 코에프씨 PEF는 전문경영인인 현 장영호 대표는 유임시키되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경영에 참여하기로 했다.

PEF 관계자는 “삼미금속이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모기업 리스크’만 없애주면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해 인수한 것”이라며 “회사를 정상화한 뒤 3년 뒤쯤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미그룹 산하 자동차 및 선박 부품업체였던 삼미금속은 외환위기 직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2004년 해운 및 조선을 주력으로 하는 삼호그룹으로 인수됐다. 버스 트럭 등 상용차의 앞바퀴를 연결해주는 부품을 만들어 현대자동차 등에 독점 공급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해운·조선업계에 들이닥친 불황으로 삼호해운과 삼호조선이 파산에 몰리면서 삼미금속에도 불똥이 튀었다.

삼미금속은 지난해 매출 1103억원에 8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금융권 이자로 77억원을 내는 등 150억원이 넘는 영업외비용을 쓴 탓에 48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계열사 대출에 큰돈을 쓴 데다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은행 대출금리가 최고 연 15%로 뛰었기 때문이다.

PEF 관계자는 “새로운 자금이 수혈된 만큼 금융비용이 줄어들면서 조만간 흑자기업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