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위전 아쉬운 패배에도 여자배구 부활 신호탄

특별취재단 = 비록 아쉬운 패배로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으나 한국 여자 배구가 2012 런던올림픽에서 신화를 창조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얼스코트에서 열린 여자 배구 3~4위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져 4위에 올랐다.

선수들은 패배의 아쉬움을 곱씹었지만 경기를 지켜본 한국 응원단은 뜨거운 박수로 태극낭자들의 분전에 박수를 보냈다.

사실 여자 배구 대표팀이 3-4위전까지 오른 것만으로도 이미 위대한 승리였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대표팀이 한국 구기 종목 사상 첫 동메달을 따냈던 몬트리올 대회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며 '어게인 1976'을 외칠 때에 이를 그대로 믿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한국 여자 배구의 세계랭킹은 15위로 본선에 오른 12개 팀 중 세 번째로 낮았다.

지난해 월드컵 여자배구대회에서도 3승8패로 9위에 그치는 등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대표팀은 미국(1위), 브라질(2위), 중국(3위), 세르비아(7위), 터키(8위)와 함께 B조에 배정돼 '죽음의 조'에 배정돼 조별리그 통과 여부마저 불투명했다.

어깨가 무겁기만 한 판국에 선수들을 챙겨야 할 대한배구협회는 직원 한 명도 런던에 보내지 않아 김형실 감독이 사소한 일까지 도맡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하지만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선수들의 눈부신 투지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김형실 감독은 사비를 털어 선수들과 '승리의 반지'를 맞췄고 '주포' 김연경은 하루를 쉬고 바로 경기를 치르는 힘겨운 일정을 견디며 매일 어깨가 빠져라 스파이크를 날렸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자 선수들은 김연경을 구심으로 뭉쳐 완벽한 하나의 팀을 만들어냈다.

미국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 미국전에서 패했지만 예상 외로 선전한 한국은 2차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세르비아를 격파하고 신바람을 내더니 기어코 승점 8점을 챙겨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았다.

대표팀은 이어 8강에서 만난 이탈리아를 상대로 8년 만에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36년 만에 4강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준결승에서 세계 최강 미국의 벽에 가로막혔지만, 선수들은 기죽지 않고 아시아 최고 강호로 꼽히는 일본과의 3-4위전에서도 매 세트 접전을 벌이며 투혼을 불살랐다.

비록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지는 못했지만 선수들은 승리보다 값진 단단한 팀워크를 보여줬다.

이것만으로도 아무도 믿지 않았던 '어게인 1976'의 약속을 충분히 지켰다는 평가가 높다.

(런던=연합뉴스)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