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판매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가 전 직원의 30%가량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한계에 봉착한 국내 기업이 본격적인 인력 감축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2000년 회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과 내수 판매 부진에 따른 것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연구·개발(R&D)과 디자인 부문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10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직원에게는 근속 연수에 따라 최대 24개월분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회사가 목표로 잡은 희망퇴직 인원은 전체 임직원 5500여명의 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최대 1500명 안팎의 인력을 내보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연구·개발 및 디자인 분야 임직원의 경우에도 일부 핵심 인력만 희망퇴직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21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 상반기 국내외 판매량은 8만3062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8% 줄었다.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그룹 회장이 지난달 한국을 찾아 1700억원을 투자해 닛산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위탁생산하는 내용의 회생안을 내놓기도 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판매가 급감하면서 기업 생존과 재도약을 위해 인력 감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군살을 빼고 조직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건호/최진석 기자 lee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