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TK 합동연설회..8천여 청중 박근혜 열광 지지
非朴 `불통ㆍ공천헌금' 공세..김문수 멱살잡이 `봉변'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4ㆍ11총선 공천헌금 파문 속에 거칠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선 보이콧을 시도했던 비박(非朴ㆍ비박근혜)주자들이 이번 파문을 고리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면서 경선이 다시 잡음으로 얼룩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9일 박 전 위원장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는 비박 주자인 김문수 경기지사가 한 관중으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봉변'을 당했다.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운 8천여명의 청중은 이날 대구ㆍ경북(TK)에 정치적 뿌리를 둔 박 전 위원장을 연호하며 열광적인 지지세를 과시했다.

가장 먼저 연단에 선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박 전 위원장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치켜세우며 지역민의 향수를 자극했다.

안 전 시장은 "40여년 전 일전 한 푼 한국 돈을 안 갖고 일본의 자금으로 포스코를 건설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쿠데타를 해서 헌법과 헌정을 중지시켰던 것은 사실이나, 우리는 공과를 명확하게 판단하고 또 공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이 등단하자 행사장은 박수와 함성으로 뒤덮였다.

그는 대구ㆍ경북을 `산업화의 심장'으로 표현하면서 "저는 산업화를 넘어 복지국가의 꿈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공약했다.

그는 "저는 산업화 시대의 공과도, 민주화 시대의 공과도 모두 안고 가겠으며 각각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잘못된 점은 고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호소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공천헌금 파문을 거론하며 박 전 위원장을 우회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당에 건강한 비판이 살아있지 못하고 당내 민주주의가 병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문수 지사는 지방자치제 강화, 동남권 신공항 지원 등을 거론하면서도 "우리가 안심하고 박 전 위원장을 당선시키려면 주변의 친인척ㆍ측근비리를 완전히 청소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김 지사는 "박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시절에 잘했고, 당과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한 것은 맞지만 지금 절대권력 때문에 부패가 일어난다"며 "청와대에 가기 전 공천비리 의혹, 정수장학회 문제, 친인척ㆍ측근비리 의혹을 깨끗이 털고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지사 출신의 김태호 의원은 과거 `이회창 대세론' 속에서 대선에서 패배했던 기억을 일깨우며 "4ㆍ11총선 이후 절실함과 변화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며 "오만을 거두고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며 박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

공천헌금 파문으로 격화된 박 전 위원장과 비박 주자간의 대립을 방증하듯 지지자들의 신경도 날카로워진 모습이었다.

연설에 앞서 소개된 주자별 홍보영상에서 김문수 지사의 영상물에서 박 전 위원장과 고(故) 최태민 목사가 나란히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관중석에서 고성과 욕설이 터져나왔다.

비박 주자들이 연설에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비판 발언을 할 때에도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날 행사 시작에 앞서 김 지사는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김문수 캠프'에 따르면 김 지사가 행사 직전 2층 객석에서 당원들과 인사하는 과정에서 한 중년 남성이 악수를 건넨 뒤 곧바로 "네가 뭔데 박근혜를 욕해"라며 목을 밀치며 멱살을 잡았다.

수행비서들의 즉각 제지로 별다른 부상은 없었다고 김 지사측은 전했다.

김 지사측의 김동성 대변인은 "후보가 폭력을 당하는 믿을 수 없는 사건은 바로 극심한 사당화와 줄세우기의 결과"라며 "박 전 위원장을 따른다는 이들이 과연 상식있고 분별있는 사람들인지 갈수록 확신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캠프'의 조윤선 대변인은 "누구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모두 새누리당 울타리에서 하나가 돼야 한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데에 유감을 표명하며, 김 지사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서울ㆍ김천연합뉴스) 이준서 현혜란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