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휴대폰 먹통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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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투데이] 직원들 800통 감사문자 폭탄
“저희 협력사원들까지 직접 챙겨주시니 감개무량하네요. 사장님께서도 휴가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지난 3일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사진)의 휴대폰이 먹통이 됐다. 800여명의 직원들이 한꺼번에 보내온 문자메시지에 과부하가 걸려서다. 고 사장은 2주간의 휴가를 앞둔 이날 오후 서울사무소와 옥포조선소는 물론 협력사에 이르기까지 총 3만여명의 직원들에게 사내 인터넷 시스템을 이용해 휴가격려 문자를 보냈다.
“멋진휴가 행복충전 안전귀가 기원합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사장 고재호 드림”이라는 짤막한 글에 직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감동해 감사 전화를 걸었고, 800명 이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답장을 보내는 통에 휴대폰이 한때 먹통되기도 했다. 이후 사내 포털 게시판 등을 통해 고 사장의 휴가 격려 문자는 한주 내내 화제가 됐다.
취임 4개월을 맞은 고 사장의 현장소통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의 수장을 맡은 그는 취임 이후 절반 이상의 시간을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보내며 현장 근로자들과 스킨십에 주력해 왔다. 특히 업황이 어려운 때일수록 내부 결속력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내부 사내게시판에 올라온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일일이 확인해 관련부서 팀장에 따로 당부하는 등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 사장은 대우조선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첫 케이스로 30년 이상 선박 및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현장 전문가다. 평소 직원들에게 “선주들이 3년이 넘는 장기 프로젝트를 믿고 맡기려면 직원들이 하나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통의 리더십은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인 110억달러의 53%를 상반기에 따냈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조선업황이 어려운 가운데 선전했다는 평가”라며 “하반기에 20억달러 이상의 초대형 해양플랜트 수주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