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오래도록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를 꿈꿨다. 그러나 그것은 신의 영역을 범하는 허황된 꿈으로 여겨졌다. 18세기 말 마침내 인간이 비행선을 타고 하늘에 도달했을 때 신들은 거처를 옮긴 뒤였다. 하늘을 누비던 인간은 이제 반대로 땅으로의 낙하를 꿈꿨다. 낙하산이 그 꿈을 이뤄줬다.

그러나 낙하산이 펼쳐지기까지의 짧은 수직 추락 시간은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끔찍한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 개중에는 이 시간을 즐기는 강심장도 있었다. 그들은 이 공포의 시간을 놀이의 시간으로 바꿔 놓았다. 낙하산이 펼쳐지는 시간을 최대한 늦춰 추락의 스릴을 즐길 뿐만 아니라 한술 더 떠 그룹으로 재미있는 묘기를 펼쳤다. 그렇게 공포의 ‘낙하’는 로맨틱한 ‘스카이다이빙’이라는 스포츠로 진화했다.

며칠 전 이 집단 스카이다이빙 세계 기록이 깨졌다. 138명의 미국 스카이다이버들이 그 짧은 수직 낙하의 순간 거대한 눈의 결정을 창공에 아로새겼다. 저 멀리 신의 탄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