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코어주식운용본부장(47·사진)은 최근 3~5년간 꾸준히 탁월한 운용성과를 내온 국내 대표 펀드매니저 가운데 하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그가 운용을 맡고 있는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1’은 최근 3년간 55.53%, 5년간 51.67%(각각 지난 7일 기준)의 수익을 올렸다. 설정액 100억원 이상의 대형 펀드 중 3년 수익률은 3위, 5년 수익률은 1위다.

남 본부장은 “요즘 같은 장에서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한다면…’ 하는 류의 가정에 근거한 투자는 위험하다”며 “철저히 눈앞에 드러나는 현상만 놓고 투자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구리 수요 증가 등 경기 회복 ‘사인’이 나타나는 시점이 증시 전환의 진정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증시 상승으로 하반기에 ‘미니랠리’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증시가 오르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아직은 작년 8월 이후부터 시작된 조정장이 ‘진행 중’이라고 본다. 지난해 8월 이후 위기 국면이 나타날 때마다 다양한 대책이 나오면서 잠깐씩 반등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 큰 폭의 상승도, 큰 폭의 하락도 없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다.”

▷미국 중국 등에서 경기부양 조치가 나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9, 10월 중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조치가 나오긴 할 것이다. 하지만 주식투자를 할 때 ‘~한다면’ 하는 식의 예측을 근거로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 눈앞에 드러난 현상에 근거해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릴 시점은 언제인가.

“중국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 경기가 개선된다는 사인이 나와줘야 한다. 단순히 숫자(경제지표)상으로만 나타나면 안 된다. 중국 경기의 바로미터인 구리 수요가 증가하고 화학제품 재고조정이 마무리된 뒤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이 확인되는 시점이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부진해 실망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주식형펀드 전성기였던 2000년대 중반부터 작년 8월까지는 코스피지수가 1000에서 2000으로 수직 상승하던 시기였다. 이때는 펀드 간 차별화가 전혀 안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차별성 없는 일반 성장형펀드에는 투자하면 안 된다.”

▷어떤 펀드에 투자해야 하나.

“펀드매니저가 일관된 투자 철학을 갖고 운용을 하는 펀드가 좋은 펀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거 수익률보다 매도회전율(펀드 매도대금을 운용자산으로 나눈 값)을 더 먼저 봐야 한다. 수익률은 그 다음이다.”

▷수익률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물론 수익률도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 수익률을 볼 때도 단기 성과만 봐서는 안 된다. ”

▷종목 선정 기준은.

“미시적인 트렌드 변화를 잘 포착하는 기업을 좋게 본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효율적인 소비가 사회의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저가 화장품 업체인 에이블씨앤씨는 이런 변화에 부응하는 종목일 수 있다. 편의점 관련 종목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다른 고려 요인은 없나.

“첫째 생존 가능하고, 둘째 변화할 수 있으며, 셋째 진보하는 기업이 좋은 투자 대상이다. 올해 증시 ‘히트’ 종목 중 하나인 오리온도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제품 구조조정을 통한 고급화, 중국 등 신시장 진출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온 게 빛을 발했다.”

▷‘개미’투자자 입장에서 따라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관심 있는 투자종목을 최대한 좁혀서 꾸준히 추적해나가는 것만으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눈높이’도 낮춰야 한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여전히 LG화학이 10만원에서 50만원대로 상승하던 시절의 성과를 기대하며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는 증시에서 그와 같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