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남은 올림픽 선수들의 스포츠맨십

특별취재단= 런던올림픽 육상 남자 110m 허들 예선에서 중도에 넘어진 류샹(29·중국)을 부축해준 발라스 바지(23·헝가리)의 스포츠맨십이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고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가 8일 보도했다.

류샹은 7일 영국 런던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110m 허들 예선에서 첫 번째 허들에 걸려 넘어진 뒤 오른발 아킬레스건 부위를 붙잡은 채 통증을 호소하며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실격 처리된 류샹은 그러나 다시 일어나 왼발만으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이후 동료 선수의 부축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때 류샹을 부축해준 선수는 같은 조에서 완주한 선수 가운데 최하위에 그친 바지였다.

13초76으로 조 5위에 머무른 바지는 그러나 류샹을 부축하며 휠체어까지 안내하는 동료애를 발휘했고 올림픽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류샹과 바지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인디펜던트는 역대 올림픽에서 나온 위대한 스포츠맨십을 추려 이날 신문에 소개했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 출전한 주디 기네스(영국)는 결승에서 엘렌 프라이스(오스트리아)와 맞붙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 기네스는 프라이스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으나 경기 도중 자신이 프라이스의 칼에 두 차례 찔렸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가만히 있었더라면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었던 기네스는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자신의 명예를 지킨 선수라는 칭송을 받게 됐다.

◇1960년 로마올림픽= 육상 남자 투원반에 출전한 링크 바브카(미국)는 결선에서 중반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강력한 경쟁자는 팀 동료 알 오테어(미국)였다.

그러나 바브카는 5차 시기를 앞둔 오테어에게 마음을 담은 조언을 해줬고 오테어는 5차 시기에서 역전에 성공해 결국 금메달을 가져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요트 경기에 출전한 로렌스 르뮤(캐나다)는 요트 남자 470급에서 레이스를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함께 경기에 나온 싱가포르 선수들이 바다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2위를 달리고 있던 르뮤는 바로 레이스를 포기하고 바다로 뛰어들어 동료 선수들을 구해냈고 자신은 22위로 밀려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는 르뮤의 스포츠맨십을 높이 사 쿠베르탱 메달을 수여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육상 남자 200m에서 2위를 차지한 추란디 마티나(네덜란드령앤틸레스제도)는 달리는 도중 레인을 벗어났다는 판정을 받아 실격됐다.

은메달을 승계한 3위 선수 숀 크로퍼드(미국)는 그러나 자신이 받은 은메달을 마티나에게 돌려주며 상심한 동료 선수를 위로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육상 남자 400m에 출전한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는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지만 결선까지 오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피스토리우스와 준결승을 함께 치른 키러니 제임스(그레나다)는 경기가 끝난 뒤 피스토리우스와 유니폼 네임 태그를 교환하며 그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제임스는 결국 이 종목 금메달을 따냈다.

또 여자축구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2-1로 꺾은 일본의 미야마 아야는 경기가 끝난 뒤 동료 선수들과 승리를 자축하는 대신 프랑스의 카밀 애빌리 옆에서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런던=연합뉴스)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