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흰색 후드(외투 등에 달린 모자)를 쓰고 녹색의 긴 소매 상의 재킷, 발목까지 가리는 운동용 러닝 팬츠를 입은 사라 아타르(20)가 8일(현지시간)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육상 여자 800m 레이스를 마치자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여성 육상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서 역사적인 레이스를 마친 그에게 쏟아진 박수는 그칠 줄 몰랐다.

그가 남긴 기록은 2분44초95.
예선 1위로 준결승에 오른 앨리시아 존슨(미국·2분00초47)보다는 44초가 늦었다.

그러나 기록과 예선탈락 등은 그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심각한 수준인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여자 선수로 육상에서 새 역사를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아타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닷새 전 히잡을 차고 여자 유도 78㎏급에 출전한 워잔 샤흐르카니(16)와 함께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유이'한 사우디 여성이다.

사우디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이중국적을 지닌 아타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페퍼다인 대학교에서 육상 선수로 활약 중이다.

날고 기는 프로 선수들에 비해 아직 아마추어 수준인 그는 레이스 중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그때마다 관중은 큰 박수로 그를 응원하며 지지를 보냈다.

아타르는 지난달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여성으로 최초로 올림픽 경기에 참가해 트랙을 누빈다는 사실을 큰 영광으로 받아들인다"며 "사우디의 더 많은 여성이 스포츠에 참여할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레이스를 마친 뒤에도 "역사적인 순간이고 잊지 못할 경험"이라며 "전진을 향한 큰 발자국을 내디뎠다"고 자평했다.

아타르의 아버지 아메르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딸이 뛰고 있을 때 관중이 보여준 반응을 보니 매우 감동적이고 흥미진진하다"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런던=연합뉴스)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