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유럽연합(EU) 등에서 추가 구제금융을 받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S&P는 7일(현지시간) “경기침체가 심화됨에 따라 그리스가 EU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추가 구제금융을 받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리스의 긴축정책 이행이 지연돼 추가 구제금융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등급 전망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현재 그리스 신용등급은 정크(투자부적격) 등급인 ‘CCC’다. S&P는 지난 5월 초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SD)’에서 ‘CCC’로 상향 조정했다. 당시 그리스가 민간채권단과 협상 끝에 대규모 부채를 탕감받은 점을 반영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가까스로 디폴트 수준의 등급을 벗어났다.

그리스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5년 연속 감소세다. 실업률은 22.5%까지 치솟았다. 트로이카(EU·IMF·유럽중앙은행(ECB))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이행하기로 한 재정긴축으로 경제가 더욱 침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P는 “그리스 GDP 증가율이 올해와 내년 -11%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EU 전망치인 -5~-4%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리스 경제가 심상치 않자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융커 의장은 이날 독일 공영 서부독일방송(WDR)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도 유로존에 미치는 충격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