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와 원화가치가 하반기 증시의 주요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수입원유의 주종을 이루는 두바이유가 지난달 24일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달러당 원화가치가 4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관련 수혜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화가치는 수출·내수업종, 원재료 수입의존도 등에 따라 다른 파급효과를 나타낼 전망이어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유·조선 유가 상승 수혜

국제유가 상승은 일단 정유업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7일 2000원(1.22%) 오른 16만5500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이달 들어서만 6.43% 상승했다. 에쓰오일도 500원(0.49%) 오른 10만2000원에 마감해 나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유가 상승으로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는 과거 싼 가격에 샀던 원유를 가공해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어 수익성이 좋아진다. 두바이유는 3월 말 배럴당 120.38달러에서 6월22일 89.15달러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이달 6일 104.54달러까지 올랐다.

조선업종도 수혜가 예상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해양자원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시추선과 해양플랜트 설비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상선 부문은 침체됐지만 해양플랜트 수주는 호조”라며 “유가 상승은 조선업종에 긍정적 지표”라고 말했다.

다만 국제유가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오르면 물가와 소비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는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배럴당 90달러대인 서부텍사스 중질유(WTI)가 110달러를 넘으면 물류 ·섬유업종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화강세로 철강·전력 주목

하반기 원화의 점진적 강세가 예상됨에 따라 철강·전력·항공업종의 수익구조 개선과 주가 상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128.80원으로 전일 대비 0.2원 내렸다. 이는 4월3일(1122.50원) 이후 4개월래 최저치다.

우리투자증권은 “유럽 상황에 따라 다소 부침이 있을 수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100원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엔화가치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 한,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 감소 등 역효과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원가에서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전력과 철강 △외화자산보다 외화부채가 많으며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여행객 수요가 늘어날 항공업종 등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의 경우 이르면 9월께 중국 철강가격 반등이 예상돼 원화가치 상승효과와 시너지를 내며 기업수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업종에선 한국전력이 대표적인 경기방어주의 하나이고 최근 전기요금 인상 요구안을 확정한 영향도 있어 수익개선이 기대된다.

항공사들은 여객기를 리스를 통해 운용하고 있어 외화부채가 큰 만큼, 원화가치 상승의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음식료업종의 경우 곡물 등 원재료 수입 가격 하락으로 혜택을 볼 수 있지만 KT&G는 수출 비중이 높아 수출가격 경쟁력 감소 등이 예상된다.

장규호/유승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