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 가입자' 만기 보험금 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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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보장성 보험 공시이율 4.1%로 낮춰
보험사 "저금리로 역마진 우려"
저축성보험도 이달 4%대 인하
보험사 "저금리로 역마진 우려"
저축성보험도 이달 4%대 인하
보험회사들이 치열하게 전개해온 시장 점유율 경쟁을 접고 공시이율을 과감하게 낮추고 있다. 600조원을 웃도는 자산을 굴릴 만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까지 낮춘 데 따른 대응조치다. ‘시장 확대보다 생존이 먼저’라는 논리다. 보험사들의 주력 상품 중 하나인 저축성보험 적용이율은 이달 들어 일제히 4%대로 하락했고, 삼성생명은 사상 최저금리를 공시했다. 공시이율이 낮아지면 보험고객이 만기에 받는 적립금과 해약환급금이 줄어든다.
▶본지 7월10일자 A14면 참조
◆삼성, 보장성금리 사상 최저로
삼성생명은 보장성보험에 적용하는 8월 공시이율을 전달보다 0.1%포인트 내린 연 4.1%로 결정했다. 작년 11월 0.1%포인트 낮춘 지 9개월 만이다. 공시이율은 보험사들이 시중금리 변화를 감안해 결정하는 이율이다. 이에 따라 다이렉트종신보험 퍼펙트통합보험 등 이 회사가 판매해온 20여개 상품의 적용금리가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연 4.1%의 보장성보험 적용이율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보장성보험의 공시이율이 떨어지면 변동금리형 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의 적립금과 해약환급금이 줄어든다. 예컨대 종신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사망하면 1억원 등 일정액 또는 적립액 중 많은 금액을 수령할 수 있는데, 공시이율 하락으로 적립금 규모가 적어지게 됐다는 의미다.
삼성생명의 보장성보험 이율은 저금리가 본격화된 2000년대에도 연 4%대 후반에서 6% 선을 꾸준히 유지했다. 올 들어 4%대 초반까지 주저앉았고 머지않아 ‘4% 벽’도 깨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생명은 연금 및 저축성보험의 적용이율도 7월 대비 0.1%포인트씩 낮췄다. 이 회사 저축성보험 적용이율(연 4.8%)은 2010년 12월(연 4.7%) 이후 최저치다.
◆‘외형 확대보다 내실 우선’ 공감대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다른 생명보험회사들과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손해보험회사들도 일제히 공시이율 인하에 나섰다. 생보사는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을 대부분 0.1%포인트, 손보사는 0.2%포인트씩 낮췄다. 이달 들어 연 5%대 이자를 주는 저축성보험은 거의 사라지게 됐다.
대한·교보·미래에셋·동양·흥국생명 등은 저축성보험에 연 4.9%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고, 보험업계 최고 수준의 이율을 고수했던 ING생명도 연 4.95%로 낮췄다. 이 정도 금리는 연 3~4% 선인 은행 예·적금보다는 높지만 초기 사업비를 많이 떼는 구조여서 일률적인 비교는 곤란하다.
보험사들이 이율을 낮추는 것은 운용자산 이익률이 추락하면서 경영 환경에 비상이 걸려서다. 진익 보험연구원 경영전략실장은 “저금리 시대에 건전성 유지 차원에서 공시이율 인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이처럼 손쉬운 대응책에만 익숙해졌다간 은행 증권 등 다른 업권과 경쟁하기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공시이율
보험사들이 국고채 수익률과 같은 시장금리와 운용자산이익률 등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산출하는 금리. 변동금리형 보험상품에 적용한다. 매달 초 각사 홈페이지 내 ‘공시실’에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