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시속 44㎞ '총알'…100m 41걸음만에 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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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 100m 9초63 '올림픽 2연패'
‘인간 번개’ 우사인 볼트(26·자메이카·사진)는 역시 타고난 스프린터였다. 등과 햄스트링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를 씻고 보란듯이 런던올림픽 남자 100m에서 2연패를 달성하며 대기록 작성에 시동을 걸었다.
볼트는 6일 오전(한국시간) 런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100m 결승에서 9초63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미국의 육상 영웅 칼 루이스(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남자 100m에서 두 번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건 두 번째 선수가 됐다.
볼트는 자신의 세계기록(9초58)을 경신하지는 못했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작성한 올림픽 기록(9초69)을 0.06초 단축하며 새로운 올림픽 기록을 수립했다.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가 9초75,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은 9초79로 개인 최고기록을 단축했지만 볼트에게 밀려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볼트의 질주를 분석해보면 출발은 늦지만 중반 이후 폭발적인 스퍼트로 속도를 올리며 다른 경쟁자를 제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주법은 큰 키에서 비롯됐다. 볼트의 키는 196㎝로 월터 딕스(미국·175㎝)나 리처드 톰슨(트리니다드토바고·188㎝) 등 다른 경쟁자보다 월등하게 크다. 키가 큰 볼트는 다리도 길어 100m를 41걸음 만에 주파했다. 100m를 달릴 때 평균 보폭이 2.44m에 이르는 것. 45걸음으로 100m를 달리는 타이슨 게이(미국)보다 4걸음이나 적다.
볼트는 후반 레이스에 특히 강하다. 그가 달리면서 한번 밟을 때 지표면에 닿는 시간은 0.08초에 불과하며 그 순간 최대 압력은 약 450㎏에 이른다. 보통 0.12초 동안 250㎏의 힘이 가해지는 것과 비교하면 그의 힘이 얼마나 센지 알 수 있다.
볼트의 가장 큰 약점으론 느린 스타트가 꼽힌다. 스타트건의 총성을 듣고 스타팅 블록을 박차고 나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인 출발 반응시간이 세계적인 선수들에 비해 늦다. 볼트가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울 때 출발반응 시간은 0.146초로 전체 8명 가운데 공동 6위였다. 단거리 정상급 선수들의 출발 반응시간은 0.1초에 가깝다. 큰 키로 인해 팔다리가 길고 정지관성도 크게 작용해 반응이 늦은 것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그의 출발 반응시간은 0.165초로 베이징올림픽 때와 같았다.
볼트는 이 같은 약점을 강력한 힘을 이용한 가속으로 보완한다. 20m 지점에서 시속 25㎞로 달리다 40~60m 구간에선 매 10m를 0.82초에 끊으며 속도를 올린다. 80m 지점에서 시속 44㎞로 최고 속도를 찍으며 경쟁자들을 제친다. 마지막 스퍼트에서 가속이 붙은 볼트를 따라잡을 수 있는 선수는 없다. 볼트는 100m를 평균 시속 37.6㎞로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동물인 치타는 100m를 평균 96.5㎞의 속도로 달린다.
볼트의 한계는 어디일까. 최근 네덜란드 틸부르크대의 샌더 스미츠 교수는 남자 육상 100m 최고 기록은 9초36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