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선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선물 투자 내역을 숨길 수 있게 된 국민연금이 주로 선물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6일부터 ‘연기금’과 ‘국가·지자체’를 ‘연기금 등’으로 합쳐 선물 투자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연기금과 국가·지자체 중에 선물 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뿐이다. 투자 내역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 조치 이후 ‘연기금 등’의 선물 투자가 늘고 있다. 지난 7월16일 이전 14거래일간 ‘연기금 등’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3057억원, 거래량은 2525계약으로 전체의 0.44%에 불과했다.

하지만 7월16일부터 14거래일 동안의 하루평균 거래대금과 거래량은 각각 6274억원과 5179계약으로 전체의 0.88%로 높아졌다.

선물 투자 증가분은 주로 국민연금 자금으로 추정된다. 정인철 우정사업본부 예금증권운용팀 사무관은 “최근 코스피200 선물 투자를 늘리지 않았다”며 “투자자 분류가 바뀐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봤을 때 우정사업본부가 아니라면 국민연금 자금일 것”이라며 “과거 국민연금이 포지션 노출을 피하기 위해 투자자분류제도를 바꿔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