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이상폭염 속에 피서객이 몰리는 부산 해운대, 제주도,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역(逆)파도인 ‘이안류(離岸流·rip currents)’에 떠밀려가는 사고가 잇따라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4일, 8월 첫 주말을 맞아 80여만명의 인파가 몰린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이안류가 발생하면서 피서객 143명이 파도에 휩쓸려 내려갔다가 구조됐다.

부산해양경찰서와 119수상구조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15분쯤부터 해운대해수욕장 이벤트광장 부근인 5·6·7 망루 앞 해상에서 이안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해경은 해수욕장 입욕을 전면 통제하고 이안류에 떠내려간 피서객 47명을 구조했다. 이후 오후 3시30분쯤 입욕 통제를 해제했으나, 또 다시 이안류가 발생해 67명을 추가로 구조하는 등 이날 총 143명을 구조했다. 사고 직후 해경과 119수상구조대 수상구조대원 50여명이 제트보트와 제트스키, 셔틀보트 등을 이용해 신속한 구조작업에 나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사고발생 당시 피서객들이 이안류에 휩쓸려 70~80m 정도 먼 바다까지 휩쓸려 나가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올여름 들어 지난 3일까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이안류로 인해 휩쓸려 나갔다가 구조된 피서객은 모두 44명이었다.

제주도에서도 같은 날 오전 8시30분께 서귀포 중문색달해변 해경 상황실 앞 해상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A씨 등 3명이 튜브 등을 이용해 물놀이를 즐기던 중 갑자기 발생한 이안류에 20~30m 떠내려 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변 순찰 중인 해경 안전관리요원에게 발견돼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해경 관계자는 “이안류를 만나게 되면 일단 해류에 몸을 맡겼다 흐름이 약해졌을 때 45도 방향으로 헤엄쳐 이안류 가장자리 밖으로 빠져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서철 해수욕장의 ‘불청객’인 이안류는 동해안에서도 출몰이 잦았다. 지난달 22일 오전 삼척시 근덕면 맹방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던 윤모씨(45)가 높은 파도에 휩쓸려 숨졌다. 앞서 지난달 21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 앞바다에서 고교생 3명이 바다로 쓸려 나갔다. 이들 가운데 2명은 어렵게 헤엄쳐 나왔지만 김모군(17)은 실종됐고 하루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날 강원도 양양군 낙산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던 주한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의 자녀 4명이 이안류 파도에 휩쓸렸다가 구조됐다.

이안류는 해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파도와 달리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빠져나가는 폭(10~30m)이 좁고 유속(초속 2m)이 빠른 해류다. 밖에서 보면 물살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강한 파도를 거슬러 가는 물살이기 때문에 피서객들은 순식간에 먼 바다로 밀려 나가게 된다.

임채호 국립해양조사원 사무관은 “상대적으로 수심이 깊은 해안가 일부 지역에 형성된 좁은 통로를 따라 축적된 에너지가 모였다 바다 쪽으로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이안류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안류는 난류와 한류가 만날 때 자주 발생하므로 바다의 수온이 갑자기 바뀐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또 바닷물이 상대적으로 검게 보이는 곳, 해수면에 요철 모양의 물결이 발생하는 곳도 이안류 발생지역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하헌형 /부산=김태현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