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오는 31일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맡아온 유엔-아랍연맹 공동 특별 대사직을 사임키로 했다. 지난 5개월여 동안 시리아 유혈사태 해결에 노력했던 그였다. 이에 따라 외교를 통한 시리아 사태의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아난 특사가 이달 31일자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으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퇴를 수락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사로서 그가 보여준 단호하고도 용기있는 노력에 깊이 감사한다”며 “그의 이타적인 헌신은 존경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난 특사는 이달 말까지 자신에게 부여된 특사 임기의 연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반 총장과 엘아라비 총장에게 통보했다. 그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지난 3월 자신이 제시한 6개 항의 평화안을 이행하지 않은데다 국제사회도 공통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반 총장이 성명을 발표한 직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시리아 사태 악화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정 국가를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시리아 제재 결의안에 잇따라 거부권을 행사하고 시리아 정부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한 듯 아난 특사의 사임 소식에 즉각 대응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아난이 물러나기로 한데 유감을 표시한다”며 “러시아는 그의 노력을 강력하게 지지했다”고 강변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