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미국 경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면서도 추가적인 경기부양 조치를 다음달로 미뤘다.

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정례회의를 끝낸 뒤 성명을 통해 “올 상반기 경제활동이 다소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지난 6월회의 때 “경기가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표현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Fed는 경기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높은 실업률과 가계 지출 둔화, 주택부문 침체 등을 꼽았다. 또 “앞으로 몇 분기 동안 경제가 미지근한 상태를 지속한 뒤 아주 느리게 되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Fed는 정책금리를 연 0~0.25% 수준으로 계속 동결키로 했다. 연말까지 단기채권을 팔아 장기채권을 매입, 장기금리 하락을 유도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Fed는 그러나 비관적인 경기 판단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제3차 양적완화 등 추가적인 경기부양 조치는 꺼내지 않았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Fed가 추가 부양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경제동향을 한 번 더 점검해 보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달 FOMC에서는 △모기지(주택담보부)증권과 국채를 매입하는 등의 3차 양적완화 △은행들이 Fed에 맡긴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인하 △초저금리 정책기한을 연장하는 것 같은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Fed가 경기위축을 걱정하면서도 막상 부양조치에 나서지 않는 모습을 두고 시장 참가자들은 ‘NATO(No Action Talk Only)’라고 비꼬았다. 기로에 있는 미국과 유럽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구원투수로 즉각 나서야 할 벤 버냉키 Fed 의장이 ‘립서비스’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