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눈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 증시가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무난하게 소화하면서 뒤이어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 대한 확인심리가 커지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미국 Fed가 사실상 '무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ECB가 결정할 정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더 높아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ECB 회의에서 국채매입프로그램(SMP) 또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럽안정화기구(ESM) 등의 시장 개입 여지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결정될지 하는 부분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2일 "증시의 단기 방향성은 이날 ECB 회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국채매입프로그램 재도입 등 긍정적인 정책들이 나와주면 스페인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감을 크제 완화시키면서 전체적인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지수는 최고점을 월중 2000선까지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후 8시30분 발표되는 ECB 회의 결과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국채매입프로그램 재개 부분이다. 유럽 국채시장에서 직접적인 소방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ECB 통화정책회의의 호재 판단 기준은 국채매입프로그램 또는 구제금융자금을 통한 국채 유통·발행시장에 대한 개입 여지를 확대하는 것에 합의했는지와 유럽안정화기구의 은행 면허 취득에 대한 허가 의지를 다시 드러내는가 하는 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6월 29일 유럽연합 정상회담 합의 내용 중 하나를 구체화하는 방안들로 제한적이나마 독일 신용을 빌리는 방법으로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반대로 국채매입프로그램이 제시되지 않은 채 다른 조치들만 제시될 경우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옥희 연구원은 "국채시장 개입에 대한 부분이 언급되지 않는 가운데, 3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나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은행으로의 유동성 공급책만 제시된다면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ECB 회의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충분히 선반영됐다며 결과에 따라 단기 조정을 나타낼 수는 있지만 방향성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현기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ECB 회의에서 국채 매입 프로그램 등이 핵심적인 부분이 언급되면 시장은 일시적인 상등세를 지속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기본적인 펀더멘털(기반여건)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일시적인 변동은 있어도 큰 그림에서 닫혀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지수는 1890선 부근에서 고점을 확인한 뒤 제자리걸음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는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집계하는 7월 제조업지수는 49.8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50.2에 못미쳤다. 중국의 7월 제조업 PMI는 50.1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하면서 최근 8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 연구원은 "최근의 증시 상승세는 지난 6월4일 지수가 저점을 기록한 이후 글로벌 증시와의 '간극 메우기' 측면이 강하다"며 "주 후반 발표될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정책 이벤트 국면이 끝난 뒤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 모멘텀에 기댄 장세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보다 단기 트레이딩 전략을 유지하라는 조언이다.

강 연구원은 "기존 자동차, IT 등 주도주들은 단기간 급상승한 경향이 있다"며 "제조업 지표 부진에 따라 소재주도 전망이 밝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단기 상승 매력이 있어 보여도 좀 더 사태 변화를 지켜보는 게 적절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