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화제를 모은 신차 2종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기아차 K9과 현대차 싼타페가 '울고 웃는' 주인공들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싼타페(신형 DM)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7448대(전체 7989대·구형 포함)가 판매됐다. 올 4월 출시 이후 5월 5776대(전체 7809대), 6월 8946대(전체 1만423대)에 이어 7월에도 국산차 베스트셀링 순위 4위에 올라 판매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가 당초 예상한 싼타페의 내수판매 목표는 월 5000대 수준. 출시 초반 사전계약 주문이 밀려 출고대수가 목표치를 크게 상회했다.
싼타페 '웃고' K9 '울고' … 신차 성적표 희비 교차
반면 K9은 지난달 1400대 판매에 그쳐 신차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출시 첫 달 1500대에 이어 6월에 1703대 팔렸으나 7월 판매량은 전달보다 17.8% 줄었다. 기아차는 당초 월 2000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으나 판매량이 3개월째 답보 상태다.

K9은 정몽구 회장이 올 5월 직접 신차발표회를 주관할 정도로 열의를 보여왔던 차다. 정 회장은 "유럽의 고급차와 경쟁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상품성이 뛰어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기아차는 K9을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등과 비슷한 가격인 6000만~7000만 원대에 내놨다. K9 3.8 최고급형(프레지던트)은 8640만 원. 업계 안팎에선 이를 두고 현대차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중간 체급으로 나온 K9 차값이 다소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아차는 K9 판매 촉진을 위해 최근 5800만 원짜리 3.3ℓ 스페셜에디션 등급(트림)을 출시해 고객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기도 했다. 국산차 중 처음 시도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주행정보 안내장치)' 옵션을 기본 사양으로 제공해 소비자 만족도 제고에 나섰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K9은 출시 초반 국내 기업 임원들의 차량으로 상당수 제공돼 법인 판매가 많았고 일반 소비자 판매는 적었을 것" 이라며 "앞으로 기아차는 법인 판매를 줄이고 일반 구매를 늘리는 게 풀어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내수 시장의 베스트 셀링카는 현대차 아반떼(1만177대)가 차지했다. 기아차 모닝(8379대), 현대차 쏘나타(8318대)와 싼타페 등이 뒤를 이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