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걸어주는 마포대교…'자살다리' 오명 벗는다
2010년 한국에선 1만556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구 10만명당 31.2명의 자살률이었다. 부자국가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로, OECD 평균(11.3명)보다 3배 가까이 많다. 2000년과 비교하면 인구 10만명당 13.6명에서 10년 새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서울시가 ‘자살공화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시는 삼성생명과 함께 ‘자살투신 발생 1위’인 마포대교를 세계 최초의 쌍방향 소통(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다리로 조성, ‘생명의 다리’로 탈바꿈시키겠다고 31일 발표했다.

인터랙티브형 스토리텔링은 다리와 보행자가 서로 대화하거나 교감하는 방식이다. 투신이 자주 일어난 장소마다 센서가 설치돼 보행자의 움직임을 감지하게 된다. 또 조명과 난간 등에 비치는 문자메시지는 보행자를 따라 반응하며 친근하게 말을 걸게 된다. 그렇게 해서 한강에서 투신하는 사람을 막겠다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강 31개 다리에서의 투신자는 993명에 달한다. 이 중 마포대교에서 가장 많은 108명이 투신, 48명이 숨졌다. 이곳에서 자살 시도가 많은 것은 ‘접근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마포대교는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시는 그동안 마포대교에 투신 방지벽 및 투신사고 관제시설 설치 등의 대책을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신 건수가 줄지 않자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예방대책을 전면 전환한 것이다.

예컨대 다리를 걸어가면 난간에선 “혹시, 지금 보고 싶은 사람 있어요? 그냥 머릿속에 툭 떠오르는 사람. 친구도 좋고, 가족도 좋고,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 보세요” “비밀, 있어요? 누구한테도 하지 못한 얘기 시원하게 한번 얘기해 봐요” 등의 메시지가 난간에 비쳐진다. 누군가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화하듯 감성적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비관을 희망으로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이와 함께 다리 중간 전망대 구간 양측에 높이 1.8m짜리 ‘한 번만 더 동상’도 설치한다. 이 동상은 한강 다리 난간으로 다리를 올려 뛰어내리려는 한 남자를 다른 한 사람이 ‘한 번만 더 생각해보라’며 붙잡고 말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시는 동상에 자살방지 기금모금을 위한 동전투입구도 설치, 용기 있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시는 이달 초부터 다리 난간에 설치 중인 센서등 및 조형물 작업을 마치고, 오는 9월부터 1년간 시범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 생명의 다리는 삼성생명이 시에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설치비 5억원도 전액 부담한다. 시는 다른 한강 다리에도 이런 방식을 적용할지 검토하기로 했다.

김병하 서울시 도시안전실장은 “그 순간의 관심과 메시지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서울시와 삼성생명의 아이디어가 자살을 막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