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가 벌금과 소비자 보상금으로 2조2700억원(20억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HSBC가 상반기 벌금으로 7억달러, 보상금으로 13억달러를 잡아놓았다고 31일 보도했다. HSBC는 최근 멕시코 마약조직의 불법자금을 세탁해주고, 북한과 거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영국 소비자들에게 보험, 파생상품 등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대규모 보상금을 내야 할 처지다. 스튜어트 걸리버 HSBC 최고경영자(CEO)는 “돈세탁 혐의는 부끄럽고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사과했다.

대손충당금은 HSBC의 상반기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전문가들은 당초 HSBC의 상반기 세전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27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대손충당금 때문에 세전순이익은 약 106억달러로 줄었다. 이는 작년 동기에 비해 약 3% 줄어든 것이다.

HSBC의 손실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미 금융당국이 아직 돈세탁과 관련된 벌금을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벌금이 최대 10억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본다.

걸리버 CEO는 “7억달러는 현재 상황을 감안한 추정치”라며 “훨씬 더 큰 액수를 내야 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또 “향후 위험관리를 강화하고 효율적으로 준법감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경영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HSBC는 상반기 순이익의 대부분을 홍콩(35.8%)과 아시아·태평양지역(38.6%)에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서 올린 이익은 전체의 8.5%에 불과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