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대구百 M&A?…오너는 경영권 방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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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투자 목적" 이라지만…적대적 M&A 의혹도
구정모 사장, 지분매입 대응
대구백화점 대주주인 구정모 사장(사진)이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늘리고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여신금융 지주회사 CNH가 자회사를 통해 대구백화점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데 대항하기 위해서다.
CNH는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 1년 동안 지분 11.97%를 사들여 구 사장 지분(11.32%)을 앞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CNH 지분 11.97%로 확대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구 사장은 최근 1주일 사이 대구백화점 5500주(0.05%)를 장내에서 매수해 보유지분을 11.32%로 확대했다. 7월 초부터 매수를 시작한 뒤 지난 25일부터는 매일 지분을 늘리고 있다.
대구백화점 창업주인 고(故) 구본흥 명예회장의 아들인 구 사장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대구백화점 지분 22.13%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CNH가 갑작스럽게 2대주주로 부상하자 경영권 안정 차원에서 이같이 대구백화점 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NH는 자동차렌털 여신금융업체 CNH리스와 수입차 판매업체 프리미어모터스, 여의도 메리어트호텔 운영업체 CNH하스피탤러티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지주회사다.
지난해 7월부터 CNH리스와 CNH하스피탤러티를 통해 대구백화점 주식을 장내에서 사기 시작해 올 3월 9.9%까지 늘렸다. 이어 7월 초에는 11.97%까지 지분을 확대했다. 전체 투자금액은 170억원으로 주당 매입단가는 1만3146원으로 추산된다. 이날 대구백화점이 5.05% 오른 1만4550원에 거래를 마쳐 10.68%의 투자수익을 내고 있다.
◆“적대적 M&A의도 없다”지만 …
CNH의 작년 말 연결기준 단기매매 금융자산은 494억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포트폴리오에서 대구백화점 지분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CNH리스 관계자는 “대구백화점의 안정적인 수익성과 높은 자산가치를 감안할 때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단순투자 목적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CNH가 적대적 M&A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NH의 지분 매입이 지속되자 구 사장은 경영권 안정 차원에서 장내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CNH가 지분을 매입한 뒤 구 사장이 대구백화점 지분을 확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CNH의 경영 간섭은 전혀 없지만 대주주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구백화점은 유일하게 남은 지방 백화점이다. 과거 신세계 롯데 등에 의한 M&A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매년 영업이익 200억원 안팎을 올리는 안정적인 수익성과 4976억원에 이르는 자산가치가 매력으로 꼽힌다.
지난 3월 말 현재 이익잉여금 2458억원을 포함한 자기자본은 3954억원에 이른다.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영국계 기관투자가 트위디 브라운(Tweedy Browne)도 대구백화점 지분 6.21%를 보유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CNH는 대구백화점의 자산가치를 높이 평가해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혹시 모를 M&A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