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기업의 담합행위에 대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방안과 하도급 부당단가 인하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의 4·11 총선 공약인 데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적극 검토 중이어서 도입 가능성이 높다. 또 순환출자제도의 핵심인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이혜훈 최고위원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당의 총선 공약인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라며 “총선 공약은 당론으로 이에 반대하는 의원이 있다면 당을 떠나는 게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모임에서도 이견이 없는 사항”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때 경제민주화 실천 공약으로 하도급 부당단가 인하로 인한 손해액의 3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담합 행위에 대해 집단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도급거래공정화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술 탈취에 한해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돼 있으며, 집단소송제는 증권분야에만 적용된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남경필 의원은 “아직 대표 발의자나 구체적인 내용은 논의하지 않았지만, 내달 초께 경제민주화 관련 3호나 4호 법안으로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부처인 공정위도 긍정적이다. 집단소송제 도입 여부와 도입시 영향에 대해 공정위는 지난 5월 한양대 법학연구소에 용역을 준 상태다. 결과는 9월쯤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도급뿐 아니라 불공정 거래가 있는 모든 업종에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용역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강화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이와 함께 순환출자의 핵심인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31일 비공개로 논의한다. 지난 24일 한 차례 논의했으나 문제가 복잡한 데다 내부 이견이 있어 의견조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순환출자제도 자체를 금지한 나라는 없고,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선 순환출자를 통해 보유하는 간접적인 자기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논의를 진행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 소속 이만우 의원은 “순환출자가 신사업 투자시 유리하고, 시장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순환출자를 금지하지 않는 대신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는 게 장점을 살리되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임은 구체적 방안으로 △공정거래법에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외에 ‘순환출자기업집단’을 지정, 해당 회사의 순환출자 지분에 대해선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하거나 △일정 지분율 이상(미국 델라웨어주 50%, 일본 25%)을 자회사를 통해 간접 소유하고 있는 경우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재후/박신영 기자 hu@hankyung.com

▶ 가공의결권

대주주가 직접 주식을 갖고 있지 않지만, 자회사 등을 통해 지분을 소유하면서 생긴 의결권. 순환출자 등을 통해 대주주는 적은 자본으로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소유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 집단소송제

일부 피해자가 불공정 거래 등과 관련한 법정 싸움에서 승소하면 같은 손해를 본 나머지 피해자는 별도 소송 없이 배상받을 수 있는 제도. 지금은 증권 관련 불공정 거래에만 허용돼 있다.

▶ 징벌적 손해배상제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많은 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 지금은 하도급법에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했을 경우에만 적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