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전·현직 의원 47명이 참여하는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이 순환출자 문제와 관련된 가공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31일 토론회를 갖고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소위 경제 민주화란 명분 아래 잇따라 쏟아내는 반(反)시장·반(反)기업 법안 시리즈의 일환이다. 지난 17일엔 대기업 총수의 집행유예를 원천 금지시키는 법안을 냈다. 횡령 배임죄를 살인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 25일엔 관계사 간의 과다한 거래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지분을 강제매각토록 괴이한 법안을 낸 단체다. 앞으로 집단소송제나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개선에 관한 법안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법안들에 대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생각을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박 후보는 이들 법안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이 없다. “의원 개개인의 생각일 뿐 당론이 아니다”라는 이한구 원내대표의 말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박 후보도 (법안 처리에) 전향적 입장인 것으로 안다”는 이혜훈 최고위원의 말이 정답인지 헷갈린다. 순환출자와 관련된 가공의결권 제한문제만 해도 경제민주화 실천모임 내부에 이견이 돌출해 당초 예정에 없던 토론회를 개최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경제민주화 1호와 2호 법안도 일부 의원들은 서명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런 법안들이 새누리의 입법안으로 선언되고 있다. 박 후보가 어떤 의도로 입을 다물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는 결코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경제 범죄를 살인죄보다 더 엄하게 다루고, 기업의 정상적인 거래를 제한하며, 재산권을 침해하는 법안들이다. 하나하나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뒤엎을 수도 있는 법안들이다. 계속해서 침묵한다면 무정견에 비전부재를 드러내는 것밖에는 안된다.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이라는 조직에 대해서도 박 후보가 태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 모임은 당초 박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비주류와 비(非)박계가 만든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치공학적인 계산이 작용하면서 친박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인지 심지어 민주당보다 더 급진적이고 좌경적 법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예컨대 민주당은 대기업 총수의 300억원 이상 배임에 대해 7년 이상 징역을 주장하고 있지만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은 15년 이상 처벌토록 했다. 상대방을 제압하겠다는 게임 전략만 있을 뿐이다. 무엇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길인지 진지한 고민도 읽히지 않는다. 국가의 장래도, 위헌 논란도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것인지. 국민들로서도 박 후보의 생각을 알아야 지지든 비판이든 입장을 정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