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가 3000명이 뛴다] "경영도 모른채 아이디어만 믿고 창업했다 실패 덫에 걸려"
강준배 쿠나이앤티 사장(39·사진)은 스물두 살 때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도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2002년 ‘웅자닷컴’이란 사이트를 열었다. 이 사이트엔 자신의 애견 ‘웅자’를 주인공으로 한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올렸다.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거워지면서 한 투자자로부터 7억원을 유치, 웅자닷컴을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이 회사는 웅자 캐릭터를 기반으로 애견용품 브랜드 사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을 키워나갔다.

2003년 카드대란이 터지면서 웅자닷컴의 애견사업도 타격을 입었다. 2년간 어렵게 모았던 재산 3억원을 모두 날렸다. 카드 빚에 시달렸다. 그는 “하루에만 빚 독촉 전화가 60통씩 왔을 땐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2005년 뜻밖의 기회가 다시 왔다. 한 투자자가 웅자닷컴에 1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단 애견 간식 브랜드를 만들어 대형마트로 납품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어렵게 강아지용 사료 한 주먹, 간식 한 주먹을 만들어 대형마트에 입점하고 또 다른 투자자 A씨로부터 6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2008년 웅자닷컴은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2008년 5웚 공동대표였던 투자자 A씨가 “자금 유입에 문제가 생겨 회사명으로 은행에서 추가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강 사장의 신용이 좋지 않아 대출이 어렵다”며 “서류상 대표이사 이름을 잠시만 빼달라”고 요구했다. 고민 끝에 회사를 위해 도장을 넘겨줬지만 강 사장의 이름은 회사 서류에 재등록되지 못했다. 회사를 한순간에 빼앗긴 것이다. 경영의 ABC도 몰랐던 탓이다.

빈털터리에서 재기할 방법을 찾던 중 2010년 7월 강남청년창업지원센터에 들어간 그는 사무공간과 매달 100만원의 창업보조금을 지원받으며 3차원 애니메이션 캐릭터 5종을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2년 2월 쿠나이앤티를 설립했다.

그는 지난 4월 말부터 롯데마트에 납품을 시작해 월 매출 7000만원을 올리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는 “준비 없는 창업은 큰 시련을 안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