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어닝시즌 중간점검 '충격'…電·車 빼고 계산하니 영업익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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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곳 순이익 4조2277억…전년보다 59% 급감
화학·철강 타격… 대한항공·삼성물산은 기대 웃돌아
< 電·車 : 삼성전자·현대차 >
화학·철강 타격… 대한항공·삼성물산은 기대 웃돌아
< 電·車 : 삼성전자·현대차 >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한 국내 기업의 2분기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도 반토막으로 줄었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에 빠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양극화가 과거보다 더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주요국 정책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기업 실적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전·차’ 빼면 심각한 위기
2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어닝시즌이 시작된 이후 2분기 실적을 발표한 131개 상장 기업의 매출은 261조925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1%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6조2361억원으로 12.4% 줄었고 순이익도 11조9678억원으로 26.0% 감소했다. 국내외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도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화학 철강 업종의 부진이 특히 두드러졌다. LG화학과 금호석유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35.1%와 89.6% 감소했다. 포스코(-39.0%) 현대제철(-20.1%) 세아베스틸(-32.5%) 등 철강업계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감소한 기업만 29개로 분석 대상 기업의 22.1%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한 국내 기업의 실적은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업을 뺀 129개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7조97억원, 순이익은 4조22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44.6%와 59.2% 감소했다.
매출 증가율도 10.4%로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포함했을 때보다 낮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그동안 다져놓은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매우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낮아진 기대치에도 미달
당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친 실적을 낸 기업도 많았다. 그동안 글로벌 경기 둔화를 반영해 국내 기업의 2분기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돼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낮아진 기대치’마저도 충족하지 못할 정도로 실적이 급격히 나빠진 기업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3개 이상 증권사에서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낸 67개 기업 중 컨센서스(평균 추정치) 이상의 이익을 올린 기업은 29개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38개 기업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금호석유 LG이노텍 등 19개 기업은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보다 10% 이상 낮았고 호남석유 SK이노베이션 등 4개 기업은 흑자를 낼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적자를 기록했다.
김 팀장은 “통신 전기·가스 등 경기 영향을 덜 받는 방어주를 포트폴리오에 일부 편입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분기 이후 경기부양책 효과 기대
전문가들은 3분기 이후 실적도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경기 둔화 흐름이 단기간에 반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에도 여전히 전자 자동차 업종이 다른 업종에 비해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며 “주가도 전자 자동차 업종이 가장 빨리 반등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대를 걸어볼 만한 것은 한국은행 유럽중앙은행(ECB) 중국인민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이달 들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 부양을 위한 국가 간 정책 공조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오 센터장은 “경기 부양책은 3~6개월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며 “4분기 또는 내년 초부터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