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플라트 CEO, "유럽 소규모 상업용 빌딩·호텔 노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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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에게 듣는다] 하이브리드 부동산 투자 글로벌 1위 포럼파트너스
최대 50% 하락, 은행 소유 부동산 매물 넘쳐
'블루칩' 보다 '옐로칩' 유리
英→아일랜드→ 스페인 順…가치하락 확산 될 것
부동산 경기 완전회복, 5~10년은 걸린다
최대 50% 하락, 은행 소유 부동산 매물 넘쳐
'블루칩' 보다 '옐로칩' 유리
英→아일랜드→ 스페인 順…가치하락 확산 될 것
부동산 경기 완전회복, 5~10년은 걸린다
지난 3월26일자 파이낸셜타임스는 한 면을 통째로 털어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찾는 한 부동산 투자회사의 스토리를 소개했다. 전 세계에 60억달러 정도의 투자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포럼파트너스(Forum Partners) 이야기였다.
포럼파트너스는 하이브리드 부동산 투자 부문에서 글로벌 1위 회사다.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부동산 투자회사나 담보대출을 갖고 있는 회사에 간접 투자한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운영된 유럽 부동산 펀드(ERIⅠ)가 연 10.5%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뛰어나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평촌·분당·부산 등의 개발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한국을 찾은 이 회사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러셀 플라트 회장(52)을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부동산은 타이밍”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금이 유럽 부동산 투자의 적기”라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미국이나 유럽보다 아시아 지역의 투자수익률이 높겠지만, 경기 사이클상 지금 유럽에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블루칩 대신 옐로칩 투자할 때
세계 연·기금과 건실한 보험사들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는 ‘부동산 쇼핑’의 시기였다. 뉴욕·런던·파리 등 주요 도시의 1등급 자산(프라임 애셋)들이 금융위기 전보다 25~40% 정도 가격이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도 이 무렵 해외 자산을 적잖이 사들이며 ‘큰손’임을 과시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1급 매물의 가격은 금융위기 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한 상태다. 플라트 회장은 “이제는 2등급(세컨더리) 자산들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했다. 주식시장에 비유하자면 ‘블루칩’보다 ‘옐로칩’의 투자성이 더 높은 시점이라는 뜻이다.
특히 유럽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플라트 회장은 첫째 이유로 “서유럽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금융위기 후 평균 22~50% 정도 하락했다”며 “이로 인해 투자자는 물론, 대출자들까지도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에 몰려 있다”고 꼽았다. 부동산 자산가격 대비 대출금 비중(LTV)이 높아지면서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 등에서 원금회수를 하려는 경향이 커졌다는 뜻이다.
둘째 이유로 그는 유럽 은행권 내부의 이슈를 들었다. 그는 “유럽 은행들의 규모는 유럽 경제에 비해 20% 정도 더 컸다”며 “이는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했을 때 과도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은행 규모를 줄여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각종 규제가 강화돼 은행들은 보유 자산을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 58개 대형은행들에 2조6000억~3조8000억달러 정도를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영국→아일랜드→스페인 순 투자”
그는 유럽에서 투자할 만한 부동산 자산으로 소규모 상업용 빌딩이나 호텔 등을 꼽았다. 그는 “유럽 은행들은 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자산들부터 우선 매각하려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자산가격이 저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에 판매한 포트폴리오의 경우 평균 자산가치가 125만유로(약 17억원)가량의 부동산 담보 300여개가 들어가 있는 100개 정도의 대출채권을 한데 모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번지듯이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순으로 부동산 가치 하락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그는 표현했다. 플라트 회장은 영국을 1순위로 꼽은 데 대해 “영국 은행들은 그간 상당히 공격적이었고 부동산 시장 버블이 컸기 때문에 자산 규모를 줄여야 할 필요성을 가장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RBS 로이즈 노던락 같은 은행들은 부실은행을 정부가 사들이는 과정에서 자산매각을 이미 진행 중이다.
그 다음 타깃은 아일랜드라고 했다. “은행권에 위기가 많이 발생했고 국가에서 인수한 은행들의 부실자산을 모아 나마(NAMA)에서 매각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이후 파문은 스페인으로 번질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그 다음은 좀 더 건실한 프랑스나 독일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플라트 회장은 “포럼 파트너스는 이 파문을 따라가며 투자 대상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했다.
◆“완전한 경기회복, 5~10년 걸린다”
플라트 회장은 앞으로 전 세계의 부동산 경기가 ‘회복됐다’고 볼 수 있는 시점이 언제냐는 질문에 “5~10년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역별로는 편차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아시아나 북미 지역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며 “바닥을 친 상태”라고 진단했다. 금융위기 후 수년간 새로운 주택이나 빌딩이 지어지지 않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유럽에서는 당분간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존의 향방에 대해서는 “힘겹게 헤쳐나가는(muddling through)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유럽의 위기는 ‘부채위기’라기보다 ‘지불주체의 불균형 위기’이며, 통화를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투자는 항상 리스크(위험)와 리턴(수익)으로 결정되는데 과거엔 리스크가 너무 경시됐던 반면 지금은 모두 너무 리스크에만 주목한다”고 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투자의 기회를 찾는 안목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